▲ 24일 오전 고 장준하 선생 아들 장호권 씨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재판부, 장시간 사죄 포함 소회 밝혀

[천지일보=이솜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유상재 부장판사)는 유신헌법 개정을 주장하며 박정희 독재정권에 항거하다 긴급조치 1호 위반 혐의로 지난 1974년 기소돼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장 선생에 대한 재심에서 24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재심 대상 판결에서 유죄의 근거가 된 긴급조치 1호는 2010년 12월 대법원에서 위헌·무효임이 확인됐다”며 “형사소송법 325조에 의해 장 선생에게도 무죄를 선고해야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판결 주문을 읽기 전 장 선생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고 유족에게 사죄의 뜻을 전하는 등 상당한 시간을 들여 소회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가 범한 지난날의 과오에 공적으로 사죄를 구하는 매우 엄숙한 자리에서 무거운 책임 의식을 가진다”면서 “국민주권과 헌법정신이 유린당한 인권의 암흑기에 시대의 등불이 되고자 스스로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고인의 숭고한 정신에 진심어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재심 청구 이후 3년이 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점에 대해 유족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판결 선고 전 변호인과 검찰 역시 장 선생에게 적용된 법이 위헌·무효로 결정된 점을 들며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도 역시 사실 관계가 아닌 적용법조의 위헌성을 확인하고 법적 판단만 하면 된다며 바로 무죄를 선고했다. 

고인의 장남 호권(64) 씨는 이날 판결 후 기자들과 만나 “장 선생을 시발점으로 과거 유신정권에서 공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많은 국민들에 대한 과오가 하나하나 껍질을 벗고 역사를 바로 세워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장 선생은 1974년 유신헌법 개정을 주장하며 박정희 독재정권에 항거했다는 이유로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장 선생은 협심증으로 인한 병보석으로 석방됐으나 이듬해 경기 포천 약사봉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이에 정치적 암살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암살의혹 규명 국민대책위원회가 구성돼 의문사 의혹 규명에 나서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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