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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 통해 봉사하며 자연스레 접한 종교들
특정종교 구분하지 않고 개방적 종교관 갖게 돼

‘마더 데레사’의 길 뒤따르는 수녀들 보며 눈물
눈빛으로 대화하며 마음 움직이는 사진 찍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라싸부터 에베레스트, 차마고도, 네팔까지 그 한없고 무심한 지구의 천정을 걷고 또 걸었다. 고산병에 걸려 검은 코피를 한 움큼 쏟기도 했으며, 무거운 장비를 메고 돌아다닌 탓에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는 탈진 상태를 수도 없이 경험했다. … 한없이 높고 광활한 산맥에 뛰노는 야생동물, 설산의 야크 그리고 목동 하나. 그것은 문득 나에게 신비의 세계이자 경이로 다가왔다.” - ‘달라이 라마’ 中

가난하고 헐벗은 자들의 어머니라고 불렸던 ‘마더 데레사’의 ‘사랑의 선교회’, 평화와 자비의 상징 ‘달라이 라마’ 등 쉽게 범접할 수 없는 피사체에 가장 근접해 촬영한 이가 있다. 그는 바로 종교 다큐멘터리 전문사진작가 김경상 씨다. 그는 ‘달라이 라마’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 세계 곳곳에 지부를 둔 ‘사랑의 선교회’ 등의 가장 최근 모습을 찍은 유일한 사진작가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라고 했던 옛말처럼 김 작가는 현지인들과 몸을 부대끼며 그들의 삶을 고스란히 뷰파인더에 담았다.

◆우연히 다가온 사진 그리고 종교
사진작가 생활을 하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아마추어 사진작가가 딸의 성장기를 기록한 사진집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그는 사진집을 보면서 당시 상황이나 사건 등 모든 것은 사진으로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진은 한 장 안에 모든 것을 담아야 해요. (한 장에 담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죠. 그때 ‘그래. 이거야!’라는 생각이 스쳤어요. 사진작가로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이후부터 양로원, 소년의 집, 어린이집 가리지 않고 사회 소외시설을 다니면서 그들의 현실을 사진으로 기록했어요.”

이후 김 작가는 복지시설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리는 작업 등으로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사회복지시설 대부분은 종교단체에서 운영한다. 이 때문에 김 작가는 자연스럽게 여러 종교를 접하게 됐다. 그의 개방적인 종교관도 이러한 경험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개신교‧천주교‧불교‧이슬람교 등 종교를 구분하지 않는다. 어느 종교든 신을 믿고 신앙을 하는 것이기에 특정종교인으로서가 아닌 한 작가로서 현시점에서 인류의 삶을 카메라로 찍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같이 먹고 자고 느끼며 그들의 삶 담아
“‘사랑의 선교회’를 촬영하게 된 것은 운명이었어요. 그들을 만나게 된 것도 다 운명이죠. 꾸며지고 인위적인 그들의 모습이 아니라 인간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지켜보면서 있는 그대로의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으려고 애썼습니다.”

그의 종교 다큐멘터리 작가로서의 길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종교 사진작가로서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한 김 작가는 ‘마더 데레사’의 산 증인들이 일하는 ‘사랑의 선교회’의 현실적인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사랑의 선교회’를 제집 드나들듯 다녔다. 하지만 그가 들은 말은 “우리 수도원 규칙상방송 및 언론 취재를 할 수 없습니다. 사진 촬영을 하실 수 없어요”라는 말뿐이었다. 어느 날 외국 출장을 갔다가 집에 막 도착했을 때 전화벨이 힘차게 울렸다.

“안녕하세요, 사랑의 선교회인데요 저희 좀 도와주세요. 홈페이지 제작 좀 해주세요.”

이렇게 사랑의 수사회와 인연을 맺은 김 작가는 사랑의 선교회 수도자 참사위원회와 논의 끝에 어렵게 촬영을 허락받았다. 그가 처음 간 곳은 일본 도쿄의 ‘사랑의 선교회’였다. 이곳은 노숙자들 쉼터로 방앗간을 개조해서 만든 작은 방에서 선교회 소속 수녀들이 밥과 옷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노숙자들과 함께 의식주를 해결하며 그들과 함께 살았다. 어느 한 노숙자는 김 작가와 벽을 사이에 두고 잠을 청하다 죽기도 했다. 이 외에도 로바리체스 ‘장애 아동과 중증환자의 집’, 캄보디아 프놈펜 짬짜오 에지이즈 센터, 인도 콜카타의 마더 하우스를 다니며 열정적으로 사진작업을 했다.

“그곳에서 일하는 수녀님과 수사회 분들의 모습에 눈물부터 났습니다. 마더 데레사의 길을 가고자 하는 수녀들, 그들의 너덜너덜하게 해진 수녀복을 보고 청빈한 삶이 느껴졌습니다.”

◆교황에게도 사진 선물… “소명감으로 작업”
이러한 그의 노력은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전달됐다. 지난 2009년 7월 9일 G8 확대정상회의 참석차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베네딕토 16세와 30여 분간 면담한 뒤 선물을 교환했다.

이 대통령은 교황에게 김수환 추기경 선종(善終) 당일 추기경 시신이 안치된 관 옆에서 정진석 추기경과 김옥균 주교가 기도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과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성인이 세운 ‘원죄 없는 성모마을’에서 수도자가 묵상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선물했다. 이 사진들은 모두 김경상 작가의 작품이다. 그의 사진들은 하나같이 찍기 어려운 장면들을 담고 있다. 다큐멘터리 작가들은 자신을 세상에 내던지지 않으면 찍을 수 없다고 김 작가는 말하고 있다.

“아무도 가지 않는 이 길, 혼자 가는데 당연히 힘들죠. 하지만 달라이 라마 친필 서명을 받은 작가가 누가 있겠어요. 그런 소명감으로 사진을 작업합니다. 저는 현장에 가서 많은 말을 하지 않아요. 눈빛으로 대화하고 눈빛으로 촬영하죠. 그들의 소통을 통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깊은 내면을 찍는 것입니다. 이것이 종교 다큐멘터리의 매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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