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꽃동네 사랑의집 이해숙 원장(노란 조끼)이 2011년 2월 26일 서울역 ‘따스한채움터’에서 노숙자 300여 명을 위해 마련한 주먹밥과 양말, 빵모자를 나눠주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종교人상] 서울꽃동네 사랑의집 이해숙 원장

봉사는 삶이다
걸인 돌보는 어머니 보며
자연스럽게 몸에 밴 봉사
38년간 삶 속에 이어져

봉사는 최고의 교육
학교자원봉사 대모로 통해
각종 교육자원봉사단 창설
봉사로 학생 바뀔 때 감동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어린 시절 어머니가 걸인(노숙인)들에게 정성껏 밥을 손수 지어주며 돌보시던 기억이 납니다. 한센인도 한 달 넘게 집에서 산 적이 있어요. 또 가족 없이 떠도는 할아버지를 10년 동안 모시기도 했습니다. 어머니의 이 같은 모습은 나의 마음속 깊이 ‘봉사’라는 소중한 희생정신을 심어 주셨습니다.”

한평생을 봉사의 삶을 산 이가 있다. 서울꽃동네 사랑의집 이해숙(57, 여) 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의 삶은 한마디로 ‘봉사’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이해숙 원장은 꽃동네 홍보대사 1호이며 꽃동네 대외협력본부장직도 맡고 있다.

천주교인인 그는 평생 봉사자의 삶을 산 ‘빈자의 성녀’테레사 수녀를 존경한다. 누구보다 나눔과 사랑을 실천한 테레사 수녀의 발자취를 자신도 뒤따르고 싶어서다.

◆“봉사는 삶이다”

‘봉사’는 그에게 어떤 것일까. “봉사란 한마디로 ‘삶’이다.” 이 원장은 거침없이 물음에 답했다. 그는 “봉사는 내 삶의 전부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몸에 뱄다”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봉사활동의 삶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많이 이들이 봉사를 체험하면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제자들이 생각이 바뀌고, 의식과 삶이 변화할 때 가장 보람이 있다”는 이 원장은 소중한 추억들이 많다.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중학교 교사 시절, 제자를 데리고 자원봉사를 했는데 수십 년이 지난 어느 날, 그 제자가 교사가 되어 자신이 가르친 어린 제자들의 손을 붙잡고 서울꽃동네를 찾아왔을 때이다. 정말 감동이 밀려왔다. 눈물 나게 고마웠다. 또 한 가지는 부모님들의 변화다. 삶이 바뀌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학부모도 변화한다.”

그는 ‘봉사활동은 최고의 인성교육’이라는 믿음을 의심치 않는다. 그 믿음을 소중히 간직하면서 봉사활동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다.

◆‘학교자원봉사의 대모’가 되기까지

어머니를 일찍 여윈 이 원장은 어린 나이에 집안 살림을 떠맡게 되면서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14세 되던 해 우연히 ‘농촌청소년봉사’단체에서 일하게 된다. 그것이 봉사와 인연이 돼 본격적인 자원봉사활동의 길로 들어섰다.

학업을 뒤늦게 시작한 그는 스물두 살이 되던 해, 청심고등공민학교 야간반을 찾았다. 이후 7년 6개월 동안 화장품 외판원 생활을 하며 주경야독했다. 1985년 안성여중학교에서 처음으로 교단에 선다. 그는 지난 27년 동안 학생들을 지도하며 봉사의 삶을 몸소 보이고 가르쳤다. 현재 경기 용인백현고등학교 윤리교사인 이 원장은 ‘학교자원봉사의 대모’로 통한다.

그는 학교자원봉사를 조직화하고 체계화했다. 1995년 이 원장은 동료 교사들과 함께 ‘열린 학습 교수법’을 연구하던 중 ‘학습과 학생자원봉사를 연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 원장은 바로 실천에 옮겨 경기도 내 학교자원봉사의 산실인 ‘경기도자원봉사지도교사회’를 만들었다. 초대회장을 맡아 밤을 새워가며 정성을 다 쏟았다. 그 결과 수많은 결실을 얻었다.

그는 310개 학교에 교육자원봉사단을 만들었다. 이뿐 아니라 500개 학교에 학부모지도봉사단도 창단했다. 이 원장은 ‘자원봉사와 생활’이란 저서를 집필해 학교 봉사활동의 체계를 잡았다.

또한 총 1500회 특강을 하며 봉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에도 힘썼다. 지금도 그는 월 2400명이 이용하는 노숙인 무료급식 봉사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38년간 봉사활동을 펼치면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최근 ‘제7회 자원봉사자의 날’에 이해숙 원장에게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며 ‘국민훈장 녹조근조훈장’을 수여했다.

▲ 서울꽃동네 사랑의집 이해숙 원장.ⓒ천지일보(뉴스천지)

◆‘지구촌사랑운동’ 전개

이 원장은 봉사활동의 손길을 해외로도 향하고 있다. 국제 구호기관 월드비전 경기지부와 함께한 ‘한 학급 한 생명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전 세계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선물하고 돕고 싶다”며 “이 꿈을 위해 앞으로 더 많은 준비와 노력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교직을 떠날 날을 생각하며 2010년 지구촌사랑실천학교(대안학교) 움직이는 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구촌사랑학교 운동’이라는 새로운 봉사활동 목표를 세웠다. 이 운동은 ‘한 사람도 버려지는 사람이 없는 세상, 이웃을 내 몸같이 생각하는 세상’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청‧장년들에게도 봉사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구촌 가난한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하고 싶은 이 원장의 비전이 머지않아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약력]
- 500개 학교, 학부모지도봉사단 창단 주도
- 다년간 노숙인 무료급식 봉사활동
- 38년 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
- 2012 국민훈장 녹조근정훈장 수상
- 제3회 천지종교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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