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세계 정상의 꿈을 이루지 못했으면서도 손연재만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주요 신문, 방송, 통신 등 언론사들은 연말 특집을 내놓으면서 2012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스포츠 스타는 런던올림픽 리듬체조에서 처음 결선에 올라 5위를 차지한 손연재를 꼽았다. 연합뉴스는 전국 주요 언론사의 스포츠 담당 부서를 대상으로 ‘2012년 스포츠 10대 뉴스’를 선정하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런던올림픽에서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손가락에 꼽고 리듬체조 손연재 신드롬을 10대 뉴스로 선정했다.
손연재는 런던올림픽서 입상권에 들지 못해 금, 은, 동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지만 국민과 스포츠팬들의 사랑과 인기를 한몸에 받으며 웬만한 금메달리스트보다 월등한 주목을 끌었다.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딴 양학선, 사격 여자 권총 25m에서 정상에 오른 김장미, 여자 양궁 2관왕 기보배 등이 결코 누려보지 못할 명예와 부를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런던올림픽 직전에도 TV광고 출연을 했었던 손연재는 올림픽 이후에는 LG전자, FILA 전속모델로 나서며 최고의 이름값을 올렸다.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선수활동이 뜸하고 광고 활동과 각종 아이스쇼 등에 치중했던 김연아의 인기를 추월할 수 있을 정도였다.
연세대에 예비합격한 손연재는 광주 U대회 홍보대사 등 각종 지자체와 공익단체 지원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예전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 사격의 강초현이 은메달을 획득하고 금메달리스트들보다 스타대접을 받은 적은 있었으나, 아무런 올림픽 메달도 따지 못한 선수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손연재는 광고로 이미 수십억 원의 돈을 챙겨 약관의 나이에 벼락부자가 됐다.
손연재가 세계 정상을 아직 밟기도 전에 벼락 인기를 누리는 것은 ‘농염미, 건강’ 등의 이미지를 강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비록 세계 정상권의 출중한 경기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단아한 용모에 신선한 젊음과 아름다운 육체적 조형미까지 갖추고 있는 손연재의 모습은 ‘물신주의’를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대중들의 기호에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실제 경기장에서나 광고 등에서 손연재는 성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선수로 부각된다. LG전자는 에어컨 휘센 광고모델로 손연재를 내세우면서 청순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에어컨 바람과 연관시켰다.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 등도 손연재의 일거수일투족을 마치 파파라치처럼 따라붙어 보도하기도 한다.
세계 정상의 꿈을 달성해야 하는 손연재에게 이러한 현실은 분명 바람직하지 못하다. 주변의 유혹 등을 이겨내기에는 그는 아직 어리며, 가야 할 길이 앞에 놓여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스스로 현실에 도취해 꿈과 희망을 버리고 평범한 선수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거품같은 인기에 매몰돼 명멸한 수많은 스타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그에게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물론 이것은 손연재 혼자만의 힘으로 해낼 수 없다. 그를 둘러싼 코칭스태프, 소속사인 IB 스포츠, 부모 등이 함께 손을 잡고 세계 정상 프로젝트를 착실히 이행해나가야 가능한 일이다. 불모지인 리듬체조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손연재를 잘 가꿔나가 세계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선 지금과 같이 섹스어필하는 이미지를 앞세워 여러 상업광고에 등장하기보다는 훈련장에서 땀과 눈물을 흘리며 뼈를 깎는 훈련에 전념하는 그를 가꾸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현대 스포츠에서 영웅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 과학적 훈련과 체계적인 관리 등이 어우러져야 한다.
2013년도에는 손연재의 뉴스가 예쁜 얼굴을 주로 내세우는 인물기사보다는 경기력으로 세계 정상을 다투는 내용 등이 주로 소개됐으면 좋겠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