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강성의 사무처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아직도 많은 시스템이 초기 입국자에 초점 맞춰져 있어"

돌봄대상으로만 보면 안돼
함께 어울릴 기회 필요해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결혼이주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돕고 있는 지원센터가 많이 생겼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강성의 사무처장도 가장 가까이서 결혼이주민들을 돕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본지는 강 사무처장을 만나 현장 관계자가 본 다문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강성의 사무처장과의 일문일답.

― 다문화 정책이나 제도가 우리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고 생각하는가.
한국으로의 결혼 이주는 아시아 지역에서도 특이한 현상이다. 짧은 시간에 대규모 이주가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까 한국 사회에서도 결혼이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급격한 제도적 변화가 있었다. 한 예로 정부는 2006년부터 결혼이민자지원센터를 설립해 결혼이주민을 지원했다. 이후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됐고, 결혼이민자지원센터가 발전해 현재 각 시군단위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있다. 센터가 이들의 생활 근거리에 있기 때문에 가장 기초적인 지원체계는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생각한다.

― ‘다문화’라는 용어개념이 우리 사회에 올바르게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다문화는 우리 사회에서 결혼이주여성이나 그 가족 등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다문화가정의 자녀에게 적잖은 피해를 준다. 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다문화가정의 자녀로 구별되고 인식되면서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또 다문화가정의 자녀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한국 사회는 다양성에 대해서 굉장히 유연하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이들은 자꾸 구별된 존재로 사람들에게 비치게 되면서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소외당하거나 분리될 위험에 놓여 있다.

― 그 밖에 아쉬운 프로그램이 있는가.
매년 곳곳에서 다문화축제나 체육대회가 열린다. 이 행사의 진행방식을 보면 초기 입국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후원자는 따로 있는 상태에서 이들은 그 단체나 사람으로부터 혜택을 받는 수혜자 입장이 된다. 또 대부분의 다문화축제에서 관계자 외 한국인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는 이미 정착해서 우리나라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않은 영향을 준다.

다른 한국인들과 함께 어울리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문화가정 자녀 프로그램이든 다문화축제든 통합적인 성격으로 운영돼야 한다. 한국인들도 관심이 있어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해야 한다.

― ‘영주자격 전치주의’를 놓고 논란이 많았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마디로 결혼이주민에게 불리한 제도다. 영주자격 전치주의란 우리 국적 취득을 원하는 외국인이 영주 자격을 갖추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국적을 신청하는 제도다. 외국 같은 경우 영주권자들도 시민권에 준하는 사회복지제도나 혜택을 받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에 불과하다. 또 영주권을 신청한다 해도 한국어 능력 시험 2급 이상이거나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그러나 결혼이주여성이 매일 한국어를 공부하고 익힐 수 있게 투자해줄 만한 가정은 많지 않다. 영주자격을 취득하지 못해 국적 심사의 문턱에 가지 못하는 이들은 점차 많아질 것이다. 아울러 영주 자격을 갖췄다고 해도 국적 취득을 위해서는 또 한 번의 심사를 거쳐야 하므로, 결혼이주여성에게 이 법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적을 따기 위해 가정폭력에 노출되더라도 참고 사는 불안정한 가족도 늘어날 것이다.

―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고 생각하는가.
여전히 부정적이고 불신하는 풍토가 남아있다. 정부차원에서도 우리나라에 귀화하고자 하는 외국인들을 유연하게 포용하면서 가는 방식이 아니라 비자 발급 조건을 강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가고 있어 개인적으로 아쉽다. 외국인 범죄가 한두 건 발생하면 이를 보편적이거나 극단적인 현상으로 몰고 가는 언론보도도 사람들이 다문화 사회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요소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다문화 사회를 거부할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 이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다문화에 대한 한국 사회의 감수성이 변화해야 한다. 인종차별적 발언도 처벌까지는 아니어도 자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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