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숲속 길

조석구(1940 -  )

투명한 생각 하나
숲 속으로 난
작은 길을 걸어간다

이런 날은 으레
순금빛 바람이 불어온다

우리들은 참나무 아래 모여 앉아
붉은 가난과 외나무다리를 꺼냈다

사는 거여
참고 그냥 사는 거여

그 날의 결론이었다
 

 

 

[시평]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어찌 보면 작은 숲길을 돌아, 돌아가듯, 그렇게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은 숲길과 같은 인생의 길을 가다가 보면, ‘투명한 생각 하나’ 지니는 그런 날도 때로는 있으리라. 이런 날에는 ‘순금빛 바람이 불어오기도 하고’, 그리하여 참나무 아래 모여 앉아 ‘붉은 가난과 외나무다리를 꺼내’ 보이며, 서로가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고, 또 서로가 서로의 슬픔을 쓰다듬으리.
서로가 서로의 슬픔을 위로하고, 아픔을 쓰다듬으며 ‘사는 거여 참고 그냥 사는 거여’, 비록 ‘붉은 가난’을 끼고 산다고 해도, 비록 우리들 앞 어딘가에 ‘외나무다리와 같은 삶’ 버티고 있다고 해도. 참고 그냥 사는 것여, 이것이 늘 우리의 결론일 뿐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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