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된 명동역 지하상가 모습 (사진제공: 중구청)

쾌적하고 편리한 쇼핑 가능
장애인들 위한 점자블럭 설치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한때 생존권이 먼저냐 보행권이 우선이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던 서울 명동역 지하상가가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21일 재개장했다.

명동역 지하상가는 지하철 4호선 명동역과 연결된 지하상가로 의류, 안경, 홍삼, 화장품 등 모두 111개 점포가 입주해 있다. 명동관광특구와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대형유통시설이 인접해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리모델링 공사는 (주)명동역지하도상가상인연합(대표 노미숙) 주도로 진행됐다. 상가 상인들로 구성된 상인연합은 지난해 9월경 상가 소유자인 서울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관리권을 넘겨받았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36억 3천만 원을 들여 올 8월부터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지하상가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쾌적하고 편리한 쇼핑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명동역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과 명동 및 남산을 오가는 시민들이 편리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지하상가 3번, 7번 출입구에 에스컬레이터를 만들었다. 장애인들을 위한 장애인 점자블럭도 설치했다. 지저분했던 상가 화장실을 호텔 수준으로 정비하고, 천장‧조명‧배기시스템‧바닥재 등 모든 주요시설을 교체했다.

특히 이번 명동역 지하상가 재개장은 상인들의 남다른 사연이 묻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중구는 지난 2009년 8월 회현고가차도 철거에 맞춰 명동역 출입구 사이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교통개선사업을 실시하려고 했다.

걸어서 명동에서 남산까지 가려면 명동 대연각 빌딩 앞 횡단보도나 명동역 지하상가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명동역 지하상가 상인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횡단보도가 생기면 지하상가 이용자가 줄어들어 영세상인들이 장사하기 힘들어진다는 이유 때문인 것.

그러자 이번엔 주민들과 남산동 지역 상인들이 반발했다. 횡단보도가 생기면 굳이 멀리 있는 대연각 빌딩쪽까지 가지 않아도 되고, 단절된 명동과 남산동 지역의 도심상권 연계를 통해 명동 전체 지역이 활성화될 수 있는데 지하상가 상인들이 생떼를 쓴다는 것이다.

그래서 명동역 지하쇼핑센터 활성화를 위한 횡단보도 설치 관련 간담회와 주민공청회를 수차례 개최했으나 이 자리에서도 상인들과 주민들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른바 상인들의 생존권과 주민들의 보행권이 강렬하게 충돌한 셈이다.

계속 평행선만 달리던 이 문제는 최창식 구청장 취임 후 해결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여러 차례 현장을 다녀보고 양측의 주장중 서로 근접한 의견을 취합해 주민들의 보행권을 보장하면서 상인들의 생존권도 존중한 중재안을 마련한 것이다. 바로 명동역 지하상가 입구 바로 앞 대신 거기서 조금 벗어난 프린스호텔 앞쪽으로 횡단보도를 설치하자는 것이었다.

이 안을 갖고 최 구청장이 직접 지하상가 대표들을 만나 적극 설득했고, 영업손실 우려가 컸지만 지하상가 상인들의 통 큰 양보로 결국 해결의 실마리가 풀렸다.

이 같은 우여곡절 끝에 올해 6월 20일 횡단보도가 개통됐고, 이는 보행권과 생존권의 충돌을 해결한 대표적인 사례로 언론에 크게 보도된 바 있다.

노미숙 대표는 “횡단보도 설치에 맞춰 고객 중심으로 지하상가를 리모델링했다. 쾌적한 환경 못지않게 정찰제 실시 등 쇼핑객과 관광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을 마련해 많은 고객들이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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