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직선제 개헌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이며 향후 5년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할 대통령이 당선됐다. 역대 가장 확실한 여야의 대결, 보수와 진보의 대결 구도를 가져오며, 과반 득표 당선자, 동북아 통틀어 최초 여성대통령, 부녀대통령 등 수많은 수식어가 붙으면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온 국민의 정신을 쏙 빼놓으며 대선이 휩쓸고 지나가던 날, 조용히 우리 곁에 찾아온 한 의인(義人)이 있었다. 하지만 알아보는 이도 관심 갖는 이도 별로 없었다. 아니 아예 관심이 없다는 표현이 솔직할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꼭 추억해야만 한다.

그렇게 꼭 관심 가져야 할 이유가 있는 그는 누구란 말인가.

지금으로부터 80년 전 암울했던 시절, 또 아무런 희망이 없던 시절, 25세의 일기로 우리의 민족정신을 일깨우고 산화한 대한의 아들 매헌 윤봉길 의사다. 그는 독립운동가였으며 교육자요 계몽가요 시인이었다.

윤 의사는 1908년 충남 예산 사량리에서 태어났다. 10세 되던 해인 1918년 덕산 보통학교에 입학했으나 다음해 3.1운동이 일어나자 일제 식민지 교육을 거부하고 자퇴했다. 그 후 성주록 선생이 세운 오치서숙(烏峙書塾)에 들어가 사서삼경 등 한학을 섭렵하고 오치서숙을 졸업한 후에는 독학으로 국사와 신학문 공부에도 여념했으며, 나아가 농민운동에도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농민운동의 일환으로 가난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청소년을 상대로 한글․역사․수학․과학․농업 등을 가르쳤으며 교재로 ‘농민독본’을 저술하기도 했다.

농민운동으로 인해 일본경찰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도 ‘월진회’를 결성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농촌자활운동을 전개해 나갔다. 이 후 감시가 극심해지자 1930년 3월 6일 결국 중국 상하이로 망명, 김구 선생의 지도를 받으며 항일운동에 전념하게 된다.

그러던 중 윤 의사는 일본의 천장절(일왕 히로히토 생일)과 상해점령 전승기념 축하행사가 진행되던 중국 상하이 홍구공원에서 준비한 폭탄을 단상을 향해 투척, 총사령관 시라카 요시노리와 상해 일본거류민장 가와 바타 사다쓰구를 즉사시켰으며, 그 외 다수에게 치명상을 입힌 민족적 대영웅의 족적을 남겼다.

이 거사를 두고 당시 중국 장개석 총통은 “중국 100만 대군도 하지 못한 일을 조선의 한 청년이 했다”고 극찬했을 정도다. 그 후 장 총통이 대한민국 상해 임시정부의 독립활동을 적극 지원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한다. 윤 의사는 현장에서 자결을 시도했으나 실패로 끝나고 거사 직후 체포돼 감옥에서 온갖 고초를 겪다가 1932년 12월 19일 금택형무소 교외 삼소우 공병작업장에서 강제로 무릎이 꿇려진 채 잔혹하게 총살당함으로 최후를 맞는다.

그러나 그의 충성심, 그의 의분(義憤), 그리고 나라와 동포를 향한 그의 고귀한 사랑은 만고에 길이 빛나고도 남을 일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짧고도 굵게 살다 간 그의 의로운 길이 이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혼란과 혼돈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그 때와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를 먼저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육신이 포로에서 벗어나 있다 해서 자유다 해방이다 광복이다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의 생각과 정신이 부패와 타락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오늘날 정화장치 없이 급습한 신문화(인터넷 문화)에 속절없이 노출되므로 뿌리깊이 이어져 왔던 우리만의 고유하고 숭고한 정신은 다 무너져 내리고, 무대책의 폭력과 선정에 내동댕이쳐져 있는 청소년 내지 젊은이들의 미래, 바로 이러한 시대를 깨워갈 이 시대의 교육자요 계몽가인 오늘날의 윤봉길이 그리운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때마침 대선과정을 통해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이 시대를 깨우고 있다. 손과 발이 닳도록 애원하며 국민에게 한 표를 구하던 그 때 그 심정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광화문 당선소감에서 “민생을 책임지는 대통령,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 대통합을 이루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천명한 그 약속을 국민들은 기억하며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언론은 그 약속을 지키는지에 대한 감시자의 눈이 돼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 갈라져 있는 것이 남과 북뿐이 아니다. 동․서가 화합하지 않고 남․북이 화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동서화합의 적임자가 박근혜다”라고 한 말을 기억한다면 희생과 헌신으로 반드시 민생과 대통합의 약속을 지켜내는 지도자가 돼야 할 것이다. 아니 우리 모두가 윤봉길 의사의 서거일을 맞이해 혼탁한 이 시대를 깨우쳐 나갈 교육자요 계몽가가 되기를 다짐할 때, 새 시대 새 역사는 펼쳐질 것이다.

“사람은 왜 사느냐
이상을 이루기 위해 산다
보라 풀은 꽃을 피우고 나무는 열매를 맺는다
나도 이상의 꽃을 피우고 열매 맺기를 다짐 하였다
우리 청년 시대에는 부모의 사랑보다 형제의 사랑보다 처자의 사랑보다도
더 한층 강의(剛毅)한 사랑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나라와 겨레에 바치는 뜨거운 사랑이다
(윤봉길 의사 나이 23세에 쓴 시요 각오였다)”

바로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이 같은 이상을 가질 때 이 나라의 미래는 밝히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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