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정치평론가)

문재인 후보의 민주당은 이번 선거의 실패에 대하여 쉽게 수긍하지 못할 것이다. 수치로 나타난 각종 지표에서 문재인 후보가 예상하지 못한 원인이 특별히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선거직후 출구조사에 나타난 세대별 득표율을 보면 20대 이하에서 65.8% : 33.7%, 30대에서 66.5% :33.1%, 40대에서 55.6% : 44.1%를 기록했다.

박근혜 후보는 50대에서 62.5% : 37.4%, 60대 이상에서 72.3% : 27.5%를 얻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선거 전의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예상할 수 있었고 40대의 우세로 승리할 수 있는 결과였다고 본다. 기존의 여론조사에서는 40대의 지지를 50:50으로 봐도 문재인 후보의 승리방정식이 가능하다고 생각을 했다.

또한 투표율이 70%만 넘어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는데 투표율 75.8%라면 승리는 확보되었다고 볼 수도 있었다. 오후 5시 이후에 집중적인 투표율의 증가가 민주당으로서는 분명한 승리의 보증수표와 같은 예감을 가졌을 만하다.

50세 이하의 청년층의 높은 득표율과 75.8%의 투표율은 민주당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한 승리의 요건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민주당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박근혜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었을 때 민주당의 당직자들은 선거결과를 쉽게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머릿속이 텅 빈 느낌을 받았을 것으로 본다.

안철수 씨의 지지를 확보했을 때의 환희가 엊그제 같고 3차 TV 토론에서 승리했다고 느끼는 지지자들의 환성이 바로 어제같이 생생한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는가에 대한 회한이 가슴에 멍울이 졌을 것이다. 정말 묘한 현상이 나온 것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잘 복기해 보기를 바란다. 진보와 보수의 편 가르기가 뚜렷했고 부동층은 5%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치열한 선거전에서 중도표심의 부동표를 가져오는 전략은 있었는지에 대해서 성찰해 보아야 한다.

48:47의 박빙의 선거전에서 중도부동표 5% 중에 4%가 박근혜 후보에게로 가고 1%만이 문재인 후보에게 갔다고 판단할 수 있다. 선거막판에 터진 국정원 여직원의 미행과 감금사건은 민주당의 실책으로 귀결이 된다. 이 사건은 보수층을 결집시켰으며 중도층의 상식에 반하는 사건으로 민주당의 뼈아픈 실책으로 본다.

이 사건이 났을 때 국외자들의 발언과 트위터 공방은 중도층을 짜증나게 했을 것이다. 주진우, 김용민의 ‘나꼼수’에서의 발언과 공지영의 리트윗 사건, 표창원 경찰대 교수의 발언 등 이해하기 힘든 발언들이 중도의 표심을 돌려놓는 데 기여했을 것이다.

또한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의 ‘남쪽정부’ 발언 ‘박근혜를 떨어뜨리려고 나왔다’는 발언은 역시 보수층을 결집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본다.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 측은 선거막바지에 구설을 자초한 감이 있다. 결과는 박근혜 후보에게 과반수의 특표를 선물한 것이다.

역대로 야권의 단일후보가 실패한 대선은 없었다. 민주당은 이렇게 조건이 좋은 대선을 망쳤으니 앞으로 이런 기회는 없을지도 모른다. 진보 후보와 보수 후보의 1:1의 대결에서 수적으로 우세할 수 있는 진보를 묶는데도 실패한 것으로 본다. 실제로 중도와 진보가 합치면 70%가 된다는 통계도 있다.

이번 선거는 중도표심이 박근혜 후보에게로 간 것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 후보가 뛰어난 전략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캠프의 인적구성이 민주당에 비해서 나은 것도 아니고 후보의 언변이 뛰어난 것도 아니어서 문재인 후보가 넘을 수 없는 산도 아니었다고 본다. 보수층의 결집에 대항하여 진보층의 결집도 단단했음에도 결론은 중도층에 대하여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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