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규 성북소방서 홍보교육팀 팀장

소방공무원 임용과 동시에 시작한 자원봉사 활동이 20년이 지났다.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주 받는 질문이 하나 있다. 잘생긴 아저씨 피곤할 텐데 왜 허구한 날 봉사활동을 해? 우리는 고맙지만 어느 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의 질문이다. 언제가 지역신문 기자와의 만남에서도 첫 질문이 봉사활동을 하게 된 동기와 왜 하느냐는 질문이었다.

지금은 소방공무원 근무방법이 3교대 근무로 전환되고 있지만 제가 소방공무원 임용 당시만 해도 24시간 근무, 24시간 쉬는 교대 근무였다. 비번 일을 보람 있고 유용하게 보내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라고 대답을 했었다.

하지만 20여 년 자원봉사를 하면서 느끼고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봉사활동은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많다는 것이다. 자신을 위해서 봉사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님은 사춘기”라는 책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책 속에 “마더 테레사 효과”와 “헬퍼스 하이(Helper's High)” 라는 말이 나온다. 물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너무 유명한 말이라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말이다. 마더 테레사 효과(The Mother Teresa Effect)는 1988년 하버드대 의대의 연구팀이 돈을 받고 일을 한 학생들과 돈은 받지 않고 봉사활동을 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내 면역기능의 변화를 조사했다.

연구결과 봉사활동에 참여한 학생에게서는 나쁜 병균을 물리치는 항체가 나타났고 면역기능도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한 단계 더 나아가 학생들에게 테레사 수녀가 남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를 보여준 다음 그 학생들의 침 속에 들어 있는 면역항체의 수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측정했다. 실험결과 영화를 본 학생들의 침 속에 면역글로불린의 수치가 이전보다 높아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봉사를 직접 한 것도 아니고 봉사하는 모습만 보기만 했는데도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면역물질이 더 많이 나온 것 현상을 연구팀은 마더 테레사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다.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는 남을 돕는 봉사를 하고 난 뒤에는 사람들이 심리적 포만감을 경험하며 이 경험은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지속된다. 의학적으로도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엔도르핀이 많이 분비되어 몸과 마음에 활력이 넘쳐 건강해진다고 한다. 남을 돕는 것이 결국 자신을 돕는 일이라는 게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이다.

지금은 누군가가 봉사활동을 왜 하느냐고 물으면 나 자신을 위해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라고 자신 있게 대답을 한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시간 동안 봉사 활동을 하다 보니 봉사는 내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아내와 자녀는 물론 친구들까지 중독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도 자원봉사자 1000만 시대가 되었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는 물론 시대․사회적 요청과 국가적 차원에서 자원봉사활동의 의미와 필요성은 크다고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건강한 좋은 사귐의 장이 되며 대인관계가 넓어진다.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의료기술이 발달로 수명이 연장되므로 인하여 노인인구 차지하는 비율이 10%가 넘은 지 오래다. 2018년에는 65세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로 진입한다고 한다.

그로 인해 경로시설, 편의시설이 양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고 노인들이 기대와 욕구는 커져갈 것이다. 이들에 대한 복지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요구되어 국가가 이를 감당하기에는 한계점이 봉착하게 되어 결국 자원봉사자의 필요성은 날로 커질 것이다.

대기업은 물론 종교단체, 학생, 지역사회 각종 단체 등 다양한 계층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측면에서도 이제 공직 사회가 앞장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해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

자원봉사는 누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한다. 아무리 좋은 취지에 봉사라고 하지만 자발적이 아닌 타인의 손에 의해서 하는 봉사는 참다운 봉사가 아니다. 또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얻게 되는 자기만족과 보람 외에 그 어떠한 대가도 바라서는 안 되는 것이 자원봉사자의 마음가짐이며 자세이다.

신영복의 교수의 ‘처음처럼’에 이런 글이 있다.

바다는 모든 시내를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바다’입니다.
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물입니다.
그러나 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큰물입니다.
바다가 물을 모으는 비결은
자신을 가장 낮은 곳에 두는 데에 있습니다.

바다처럼 크면서도 가장 낮은 자세로 나의 자원봉사활동은 계속될 것이다. 내 손과 발, 눈과 귀, 마음이 필요한 이웃에게 언제든지 달려가는 사랑의 전도사가 될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반성과 자기 성찰을 통해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시간이다. 하지만 아직도 하루 끼니를 걱정하고 연탄 한 장 없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지낼까? 걱정하는 이웃이 있다. 각종 모임과 술자리도 좋지만 그 자리는 지나면 마음에 남는 게 없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자녀와 손잡고 가까운 복지시설에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권해보고 싶다.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희열과 감동을 하게 될 것이다. 공직 사회에도 언제부터인가 복지기관에서 봉사 활동으로 종무식을 갈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에도 각 기관에서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고 의미 있는 종무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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