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18대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의 판세는 대체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다소 우세하다는 것이 각 당의 공통 의견이다. 안철수 전 후보가 사퇴한 이후 나타난 변화이다. 안철수 전 후보의 지지층 가운데 일부가 문재인 후보 쪽으로 넘어가지 않고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거나 아니면 이른바 ‘신부동층’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들, 최소 3% 정도로 예상되는 신부동층의 표심 향배가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일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이들이 대체로 수도권에 사는 젊은층이라는 점에서 비중은 더 크다. 박근혜-문재인 양측이 벌이는 ‘중원전략’의 최대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 새로운 정치와 정권교체의 딜레마

지금의 국면에서 안철수 전 후보의 전폭적인 지지가 절대적이라는 점은 문재인 후보도 알고 있다. 문 후보와 민주당의 독자적인 힘으로는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다는 점을 직시한 것이다. 그래서 지난 5일 오전에 문 후보가 안철수 전 후보의 자택을 찾았고, 안철수 지지자들을 향해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에 대해 사과까지 한 것이다. 네거티브 선거전을 자제하는 것도, ‘국민연대’를 띄우는 것 등도 결국은 안 전 후보의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내려는 포석이다. 절박한 문재인 후보 측의 상황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안철수 전 후보의 입장은 어떨까. 문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기대하는 민주당과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안철수 전 후보는 이미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새로운 정치’를 목표로 유력한 정치인으로서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문 후보와 민주당이 원하는 정권교체도 중요하지만, ‘안철수의 정치’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정권교체와 안철수 전 후보가 지향하는 ‘새로운 정치’가 같이 갈 수 있다면 고민할 것이 별로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제쳐놓고 안 전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해 전면에 나서는 것이 옳다. 이것이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이 바라는 바이다.

그러나 안철수 전 후보가 택한 ‘새로운 정치’의 비전이 문재인 후보나 민주당과는 가는 길이 다르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새로운 정치’를 펼쳐나가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거나 또는 극복 대상이라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들에게는 정권교체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정치’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철수 전 후보가 고민하는 지점도 바로 이 대목이다. 정권교체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올인할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다. 자칫하면 ‘새로운 정치’의 비전이 민주당에 의한 정권교체 명분에 휘말려 그 가치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 전 후보가 밝힌 접점이 바로 ‘백의종군’이었던 것이다. 정권교체에 동참은 하되 앞장서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권력의 속성이 그렇듯, 이참에 정권교체에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는 안철수 전 후보 측 인사들도 많은 듯하다. 당장이 급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정치’는 너무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을 세워야 공신이 되는 법, 대의명분보다는 실리를 좇는 무리들은 어디든 존재하기 마련이다.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얘기를 미리 언론에 흘리는 것도 그들의 술수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안철수의 ‘새로운 정치’와 문재인의 ‘정권교체’는 동전의 양면이 아니다. 안철수의 ‘새로운 정치’는 설사 정권교체가 이뤄진다고 해도 포기할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정권교체 이후에도 앵그리버드는 그들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권교체라는 새로운 가지를 건너뛰는 것이 아니라 창공을 날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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