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대는 채플과목과 관련해 운영 목적, 학점이수, 출석처리, 기타 등의 규정을 기준으로 채플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주대가 제정한 제2조 학점이수 규정이 타 종립학교에 비해 강제성을 띠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사진출처: 다음 아고라)

채플 미패스자 F학점·재수강 이수시 졸업
종자연 “학칙이 ‘종교자유’보다 우선 안돼”
전주대 “타 종립학교 비교해 큰 차이 없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개신교재단 전주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대학생이 강제성을 띤 ‘채플’ 수업을 폐지해 달라는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대학생은 지난달 29일 다음 아고라에 ‘교과부·인권위 관계자에게 바랍니다-전주대학교의 개신교 강제수업 폐지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며칠 만에 404명이 서명하는 등 채플폐지 운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는 다음 아고라와 네이트 게시판 등에 ‘전주대학교의 강제 개신교 종교수업 고발! 졸업하고 싶어요!’라는 글을 올려 자신이 겪은 전주대의 채플수업을 고발했다. 이 게시판 글은 4일 현재 4770여 명의 네티즌이 방문하고 댓글만 426개가 달려 뜨거운 논쟁이 되고 있다.

이 대학생에 따르면 전주대는 채플은 기독교정신의 건학이념에 따라 본교의 학생 및 교직원의 신앙을 두텁게 하고 기독교적 정신과 인격을 도야(수양)하기 위해 시행한다. 전주대가 신학교도 아닌 일반 종합대학교인데도 불구하고 채플수업이 강제성을 띠고 있고, 학교가 정한 규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사실상 졸업을 할 수 없는 족쇄가 되고 있다는 게 대학생의 주장이다.

이 대학생은 “(채플수업은) 지금 저희 재학생들을 너무나도 힘들게 하고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전주대는 사립 종합대학교다. 재단은 기독교, 엄밀히 말하면 개신교재단”이라며 “그런데 신학대도 아닌 종합대인 대학교에서는 모든 학생에게 강제로 기독교수업을 받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회 다니는 학생들이 듣고 싶을 때 듣는 게 아니라 학생의 종교유무나 다른 종교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개신교 수업을 듣도록 강제하고 있다”면서 채플수업의 강제성을 성토했다.

‘강제 채플수업 폐지’ 청원운동을 벌이는 대학생은 전주대의 강제적인 채플수업을 이수하지 않으면 사실상 졸업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채플은 매주 1회씩 1시간 30분가량의 수업을 졸업할 때까지 4학기 동안 의무적으로 이수해야만 졸업이 가능하기에 기독교를 믿는 학생들조차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또 전주대 채플 규정은 한 학기에 15시간 실시를 원칙으로 한다. 성적은 출석으로 평가하고, 미패스자는 F학점으로 처리한다. 채플 수업 실시 횟수의 4분의 3 이상을 출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지난 5월 31일 개정된 것이다.

◆“채플 듣지 않으면 졸업도 못해”
또 채플수업은 8학기 중 4학기를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미패스자는 재수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3학년 편입생의 경우 4학기 중 2학기를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전주대의 종교수업은 의무 채플수업으로 끝나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다. 그는 ‘신학 과목’ 3학점을 반드시 이수해야 졸업이 인정된다고 고발했다. 이 대학생은 전주대 입학자격(학칙 11조)을 들어 “타 대학교와 마찬가지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나 검정고시에 합격한 자 등으로 돼 있다”면서 “그 어디에도 입학자격을 기독교인이나 개신교 세례교인에 한해 제한다는 규정은 없다. 그런데 왜 특정 종교수업을 강제하는 건가?”라고 반문하며 이런 사실을 알았으면 아예 입학도 안 했을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전주대가 강제로 종교수업을 듣게 하고 안 들으면 졸업도 시키지 않는다”며 더욱 분개했다. 그는 “전주대의 이러한 종교강요 행위는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결정문을 들어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전주대의 이 같은 규정은 종교계가 재단인 종립학교 중 가장 강력한 규정 중 하나로 보인다. 종립학교의 종교수업은 ‘교양필수’ 한 과목정도만 이수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대학생은 교육과학기술부를 향해 “(전주대의 강제 채플수업 규정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지도·감독을 해야 할 교과부는 법령에 위반되는 사항이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 그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대학 측의 ‘강제채플 규정’ 폐지를 촉구했다.  

▲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사진출처: 다음 아고라)

◆“이단은 정학”… 판단 기준 모호하고 학내 활동 제한 등 문제 제기
그는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다. 전주대 학생상벌에 관한 규정을 보면 학칙 제17조에는 ‘이단종교와 관련 있는 사람은 유기정학과 무기정학도 줄 수 있고, 재범 여부에 따라 제적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대학생은 “과연 누구 기준에서 이단인가. 개신교 입장에서는 교회 안 다니는 사람은 다 사탄, 마귀라고 하지 않느냐”면서 “무교는 물론이고 불교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천주교인한테도 그런다”며 이단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편협됐다고 꼬집었다.

이는 다른 종교재단 대학 규정에도 없는 희한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개신교(대한예수교장로회)재단인 전주대의 이 규정은 통일교, 여호와증인, 제7일안식일 예수재림교,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모르몬교 등을 이단으로 판단하고 이들의 모든 활동을 제한한다.

이 대학생은 “가톨릭 재단인 서강대나 원불교 재단인 원광대 등도 종교계가 설립한 대학이지만 이런 강제규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며 “강제 종교교육은 심각한 인권유린이자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전주대의 이 같은 학교 운영을 신랄하게 비판한 가운데 논쟁도 뜨겁다. 네티즌들은 “저도 신앙인이긴 하지만 이건 너무하는 것 같다(쵸****).” “무조건 종교를 강요하다니 참 답답하다(ohkf****).” “저도 채플 받아봤지만 말도 안 되는 수업, 누구도 종교를 강요할 순 없는 일(djlf****)” “대학이 학생을 선택한 것이 아니고 학생이 선택한 것이니 수용해야(vkk***)” “학교를 알아보고 선택하는 것은 님(학생)의 책임이다. 화살을 학교 측에 돌리는 건 문제(아레****)” 등 찬반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인권위로부터 ‘종교차별 개선연구’기관으로 선정된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 공동대표 박광서)은 “종립학교라도 개인에게 특정종교를 강요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심각한 차별”이라면서 “모든 학교 내에서 종교자유가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종자연은 “종교재단 사립학교에서 종교자유를 침해하는 논거로 제시하는 학교 자체의 ‘학칙’은 종교자유를 명시한 ‘헌법정신’을 우선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며 “학생의 의사가 존중되는 교육이 실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주대 관계자는 이번 일과 관련 “아직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학교 측은 학칙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면서 “채플을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을 못하는 것은 맞다. 다른 종립학교의 규정과 비교해서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안다. 학생회도 채플과 관련한 어떠한 문제 제기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전주대는 월(야간), 화요일 등 총 10회에 걸쳐 채플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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