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지난주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 후보의 개인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한국체대에서 열린 신뢰와 공감 포럼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학교생활’ 세미나에서였다. 학교 체육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세미나 축사에서 문용린 후보는 “제 아들은 지방 모 대학 체육학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대학교수를 하는 지 애비가 하는 일이 얼마나 골치 아프고 쉽지 않았음을 옆에서 보았던지, 일찍이 자신은 중학교 체육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라며 체육과를 선택했던 것입니다. 대학교수보다 중학교 체육선생님이 더 좋게 보였던 것이지요. 체육학과를 다니면서 오랫동안 가졌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교육부 장관을 역임하고 서울대 교육학과에서 30년간 학자의 길을 걸어온 교육계의 석학  문용린 후보는 우리나라의 획일적이고 주입식의 교육을 피해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자녀들이 원하는 교육을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인간은 저마다 타고난 재능이 다르다며 ‘다중지능이론’을 주장한 문용린 후보는 “집어넣는 교육보다는 끄집어내는 교육이 더 중요하다. 학생들의 능력에 맞게 재능을 발굴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체육은 인간을 만드는 중요한 교육의 하나이다”라며 학교체육의 중요성을 밝혔다.

문용린 후보와 같은 학부모들이 많으면야 학교 체육이 정상화될 수 있겠지만 실제 학교 현장의 모습은 상당히 다르다. 체육 과목은 국‧영‧수 등 입시과목에 치여 주변 과목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초등학교 1, 2학년은 체육과목 대신 ‘즐거운 생활’이라는 정체불명의 과목으로 예능 속에 체육을 포함시켰고, 중등학교에선 집중이수제로 체육을 특정학기에만 집중적으로 실시하기도 한다.

올해 들어 체육이 폭력, 왕따, 자살 등의 청소년의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책으로 사회적 공감이 이루어지면서 중학교에서 주당 4시간씩으로 시수가 늘어났지만 아직까지 체육은 다른 과목에 밀려 뒷전이다.

한창 체력과 건강관리가 중요한 청소년 시절에 마음껏 운동을 할 수 없는 학교생활 때문에 학생들은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학교에 가기 싫은 ‘월요일 기피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주말을 쉬고 난 다음의 월요일, 학교에 가봐야 하루 종일 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학교로 가는 발길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운동부족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조금만 자료를 뒤적여봐도 알 수가 있다. 청소년 5명 중 1명은 일주일에 단 하루도 30분 이상 운동을 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학생들의 운동부족은 학령기 비만, 소아 성인병이 늘어나는 등 심각한 폐해를 낳고 있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 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하면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에 비해, 우리 학생들은 운동장을 교실 창문으로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피곤한 눈으로 선생님들의 강의를 들어야 하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우리 학생들은 어릴 적부터 지나친 학력경쟁으로 수학능력에서 세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작 체력평가 등에서는 세계 선진국 학생들에 비해 턱없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듣는다. 

왕성한 신체활동이 뇌 능력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는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거론할 필요도 없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체육을 통해 청소년의 건강을 이끌어내야 각종 성인병 등 질병 치료에 들어갈 의료보험비를 절약해 국가적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선진국들이 일찍이 체육의 중요성을 알고 학교에서 체육을 중요과목으로 지정한 것은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국가적 예산을 아낄 수 있는 첩경이라는 사실을 이해했던 것이다.

18대 대통령 후보들의 후보등록이 본격화되면서 치열한 대선경쟁이 시작됐다. 쏟아지는 후보들의 각종 공약 중에 학교체육 활성화 대책이 많이 포함돼 학생들이 마음껏 운동장을 뛰어 다닐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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