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찬송가.(사진출처: 한국찬송가공회)

공회, 연이은 패소… 찬송가 출판 주도권 뺏기나
비법인 공회, 새찬송가 제작으로 압박수위 높여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와 생명의말씀사 등 4개 출판사 대표들이 찬송가 저작권법을 위반해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열린 형사 항소심에서 공회 초대이사장이었던 이광선 목사와 황승기 목사에게 각 2000만 원을, 전 총무 김상권 장로와 김우신 장로에게는 각 1000만 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이밖에 성서원과 아가페, 생명의말씀사 대표들에게도 각 1500만 원을 선고했다. 두란노서원은 당시 대표였던 하용조 목사의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돼 제외됐다.

재판부는 “2008년 4월 1일 이후부터 찬송가 출판을 할 수 없다는 계약 내용과 달리 법인 찬송가공회가 계약을 위반했다”며 “또 이들 4개 출판사에 찬송가 출판을 허락한 것은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들은 ‘선 인세 후 출판’ 관행을 주장하면서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예장출판사 및 대한기독교서회와 그런 계약 내용이 있지 않았다”면서 “따라서 2008년 4월 1일 이후 찬송가공회가 피고 출판사에 반제품을 제공한 것은 모두 위법이며, 저작권 침해”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법인 한국찬송가공회가 대한기독교서회 및 예장출판사와의 계약을 어기고 반제품을 제공한 행태에 대해 명백한 위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1심이 판결한 그대로 피고인들은 책임 있다”고 판시했다.

지난 3월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범한 출판 행위로 인해 피해자들(서회·예장)이 받은 물질적 피해를 감안할 때 그 죄질을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4개 출판사 스스로도 2008년 4월 2일부터는 피해자들로부터 반제품을 받거나 또 허락을 받아야만 출판이 가능함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동종 출판업계의 관행을 악용한 정황 또한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 1심 판결에서는 두 명의 이사장과 출판사 대표들에게 각 30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두 명의 이사장에게 각 2000만 원을, 출판사 대표들에게는 각 1500만 원으로 벌금을 낮췄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고법 손해배상소송 판결에 따라 피고인들이공탁했으므로 형을 감한다”면서 “(벌금이 다른 이유는) 찬송가공회 책임자가 더 책임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개신교계‘ 찬송가 출판권’ 다툼 본격화되나
법인 찬공가공회가 서회, 예장출판사와 벌인 법정다툼에서 연이어 패소함에 따라 입지가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찬송가 출판권’ 다툼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회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이번 판결이 한국교계에 미칠 파장을 의식해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법정다툼의 빌미는 공회측이 제공했다. 법인 공회가 지난 2006년 ‘21세기 찬송가’를 완성한 후 2007년 서회와 예장출판사에 21세기 찬송가를 독점출판권을 체결했다. 하지만 일반 출판사의 반발이 커지자 공회가 2008년 4월 1일 일반 출판사와 해설, 영한찬송가를 출판할 수 있다는 계약(5년)을 맺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공회는 서회와 예장출판사의 독점출판권을 2010년 9월까지 체결했으므로 이중 계약인 셈이다. 이에 서회와 예장출판사는 즉각 반발하며 지난해 1월 “계약기간이 완료된 이후에도 4개 출판사가 찬송가를 계속 판매해 손해를 입었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한국교계는 21세기 찬송가 문제점을 지적하며 비법인 한국찬송가공회 중심으로 새찬송가 발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찬송가 발간을 주도하는 비법인 공회는 한국교회 10개 교단과 기독교서회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새찬송가 제작을 사실상 완료한 상태다. 비법인 공회가 이번 법원 판결을 기회로 삼아 개신교계 내에서 찬송가 출판권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출판권 패소로 궁지에 몰린 법인 공회가 어떤 해법을 통해 출판권 사태를 해결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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