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식 한국서정작가협회 회장

문득, 내가 많이 그리울 때면 나의 종교뿐만 아니라 이웃 종교의 경전 또한 삶의 지침서로 삼아 읽는다. 그러면 편안하게 풀어내는 언어에 마음은 한없이 출렁거린다. 이웃 종교의 경전이라 해서 단순히 사상으로 생각하고 읽게 되면 심오한 진리를 알지 못하고 지루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경전을 통해 얻은 지혜는 항간에 가득한 그 어떤 말이나 지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깨달음을 지닌다. 어디서 한 송이 꽃이 피어나거나 비바람에 단풍이 떨어질 때, 또는 많은 생각이 필요로 할 때 경전을 읽으면 위로를 받는다. 마음이 편해지고 갈증이 해소된다.

갈수록 삭막하고 살벌한 이 사회에서 살인이 자행되고, 이웃의 아픔을 다룬 신문 사회면 기사를 보고 난 후에도 경전을 읽는다. 그러면 막막하고 우울한 마음에 무엇을 깨닫고 무엇을 닦을 것인가 다소나마 느끼게 된다. 자신의 주장만이 바르고 진실하며 정직한 것으로 착각하여 세상을 현혹시키는 사람을 볼 때도 경전을 읽는다. 그러면 마음은 맑고 향기로워지고 나로 하여금 시비(是非)나 미움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즐거운 힘을 주기 때문이다.

내 것, 내 주장, 내 이야기만이 청정하고 진실하며, 이웃의 이야기에는 청정이나 진실이 없다며 자기의 주장만을 집착하는 이를 만나고 난 후에도 경전을 읽는다. 나는 경전을 통해서 지혜를 발견하고 진실을 얻으며 이것이 나의 마음을 자유롭게 한다. 미움과 질투와 경쟁으로 긴장을 풀지 못하는 이 시대에 경전을 삶의 지침서로 읽게 되면 그 무엇보다도 나를 건강하게 한다. 경전은 어머니가 정성스레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샘물과도 같기 때문이다.

경전을 읽다보면 등장하는 인물과 친해지고 그들을 통해서 웃음도 울음도 배운다. 경전은 인간의 삶과 이어져 있어 우리를 올바른 진리의 길로 안내한다. 경전은 마음을 자유롭게 하며, 수많은 대화로써 잃어버린 나를 만나게 한다. 경전을 가까이 하면 절망과 고통에 빠지더라도 한바탕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서게 한다. 현대인들은 나와 내 것에 집착하면서도 나를 잃어버리고 산다. 그래서 불안으로 고독으로 따분하게 살아간다. 따라서 경전을 통해 마음에 불을 밝히고, 꽃을 피우고,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어야 한다. 이것이 경전을 읽는 묘미다.

어느 하루도 평온하고 무사한 일이 없는 이 시대에 경전을 읽는 이들은 많다. 그러나 사상의 눈으로 보고, 사상의 맛으로 음미하기보다는 굶주린 사람이 밥을 먹는 심정으로 읽어내야 한다. 그래야 따스한 그 손을 잡을 수 있고 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먼 길을 달려 왔지만 실상은 그리 멀리 온 것도 아닌 인생에 있어 경전은 삶의 지침서다. 경전을 읽는 사람들은 다 좋다. 바른 길로 가지 못하면서도 바른 길로 가기 위해 경전을 읽는 내가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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