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세권 사진작가가 블루스퀘어 1주년 기념 전시 ‘질주와 침묵’전시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블루스퀘어 개관 1주년 전시 ‘질주와 침묵’

“한 시대가 끝나고 한 시대가 올 때 그 순간을 나는 관조적으로 촬영했다”
“내가 기록한 것은 ‘진실’이고 ‘마음’이다”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수많은 도시와 각종 전통시장이 현대화를 명목으로 재정비에 들어 가는 요즘, 화려하게 변화되는 도심에서 지난날의 추억은 온데간데없다. 사람들의 꿈과 욕망으로 건설됐던 구시대의 도심은 또다시 시각적인 화려함과 편리함을 위해 처참히 무너지고 새롭게 세워지기를 반복한다.

‘청계천 개발’ ‘뉴타운 개발’ 등 서울의 재개발 현장을 카메라에 담으며 우리네 잠재의식 속 ‘기억’을, 그리고 ‘향수’를, 더불어 ‘미래’를 떠올리게 하는 사진작가 안세권과 실험적 음악을 선보이는 컨템포러리뮤직밴드 ‘CMB567’의 공동 전시가 지난달 26일부터 블루스퀘어 네모에서 진행 중이다.

소멸하고 재창조되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 진정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인간의 연속성이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있는 안세권 작가의 포토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자.

― ‘질주와 침묵’전은 사진과 음악이 함께하는 이색 전시다. 음악과 사진이 만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새로운 작업 구상 중에 전시 제의요청이 들어왔다. 그것도 음악과 함께하는 전시였다. 예전에 영상작업할 때도 느낀 것이 가장 중요한 건 음악이라는 것. 어떤 음악을 넣고 또 어떤 음악이 작품을 왜곡하는지 등에 대해서 연구했었다. 그러한 음악과 함께 전시를 해보자는 제의에 음악부터 들어봤다. 실험적 음악을 하는 ‘CMB567’ 밴드의 음악이 참신하고 좋았다. 또 음악가들과 함께한다는 것도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져 전시하게 됐다.

― 블루스퀘어 전시 공간 ‘네모’도 매우 실험적인 공간으로 알려졌는데.
컨테이너 18개를 합쳐 전시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 ‘네모’다. 기존에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만 진행했던 전시와 달리 1층부터 3층까지 이어지는 ‘네모’는 건축적인 면에서도 독특함을 지니고 있다. 도심의 재개발을 담고 있는 작품과 연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작품을 보다가 테라스로 나와 테라스에 전시된 작품과 함께 전시공간이 위치한 한남동의 뷰도 함께 볼 수 있다. 지금 작품을 관람하는 데 환경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는 전시관이다.

― 사진작품에 음악이 입혀지면 앞서 말한 것처럼 ‘왜곡’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음악 작업을 함께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진 자체는 현실을 기록한다. 눈에 보이는 것을 기록하는 데 스스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차원들’에 있다. 시각적인 것을 넘어 ‘기억’이라든가 ‘미래’에 대한 생각들 말이다. 재개발되는 것이든 변화되는 것은 미래에 대한 ‘꿈과 욕망’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현재의 것들도 어느 순간에 과거가 되는데 그랬을 때 사진이나 영상에서 이런 부분, 즉 시간을 표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음악은 굉장히 추상적이라 오히려 시간을 감지하고 읽어내게 한다. 이에 관객들은 작품을 보면서 이미지에만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시간성을 감지하고 읽어낼 수 있게 된다.

― 조형예술과 출신으로 알려졌다. 사진과의 인연은 언제부터인가.
조형예술과 매체전공이기 때문에 사진과 영상을 주로 다뤘다. 하지만 먼저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고등학교 때 스케치 삼아 사진을 찍게 됐다. 그다음 소리도 찍고 싶어 비디오작가로 활동했다. 그래서 동영상 기록을 남기다가 서울에서 청계천 개발을 지켜보게 됐다. 지난 2003년도에 너무나도 거대하고 스펙타클한 작업이 시행되면서 동시에 뉴타운사업도 진행됐다. 너무 큰 변화가 진행되고 역사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풍경이 벌어져 대형사진을 들게 됐다. 2003년부터 대형사진을 찍어 약 10년째 사진을 찍었다. 그 전에 소형카메라와 비디오작업을 해왔다. 손에 카메라를 든 지는 20년째다.

― 이번 전시, 다른 전시와 달리 추가된 작품은 무엇이 있나.
전시에는 부산 도심 사진도 추가됐다. 부산은 1950년대 한국전쟁 발발 이후 피난민이 만들어 놓은 풍경이 남아 있다. 산동네가 많은 곳인데 서울외곽과 비슷하다. 부산의 산동네는 한국전쟁 끝난 후 피난민이 모여 든 곳이고 서울외곽 산동네는 근대화가 되면서 중심가에 살던 사람들이 외곽으로 몰리면서 형성됐다. 비슷한 연장성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전시 공간 테라스에 나오면 서울의 도심까지 볼 수 있어 이 모든 것이 파노라마 선에선 하나의 작품이 된다. 전시 공간 자체가 한남동과 어울려 또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이다.

― 작품에는 주로 ‘폐허’를 담고 있지만 괴기스럽지 않고 오히려 고요하다. 작가만의 의도이자 메시지인가.
재개발하기 위해선 조감도가 있지 않나. 화려하고 아름답게 변해 있는 조감도. ‘뉴타운’도 그 자체로 보면 새로운 도시를 표방한다. 그 조감도에는 사람도 있고 나무도 있고 아름다운 풍경뿐이다. 하지만 그 조감도에는 변이되는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 미래는 있지만 목표한 미래를 위해 변화되는 과정들은 없는 것이다. 또 변화되는 과정들이 현실에선 무너지고 부서진 폐허가 됐다. 과거의 한 시대가 끝나고 한 시대가 올 때 그 찰나의 순간을 나는 관조적으로 바라봤고 촬영했다. 작품이 고요한 이유는 사람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 ‘청계천 시리즈’ ‘뉴타운 시리즈’를 통해서 우리가 놓치면 안 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나는 네거티브적으로 작품을 표현하지 않는다. 정치라든지 개발 등 네거티브적이지 않다. 사실 나는 그런 정치적 힘도 세상을 바꿀 힘도 없지 않나. 하지만 뉴타운 재개발 정책이나 재정비 정책을 보면 ‘아름다워질 수 있고 깨끗해질 수 있다’고 포장해 꼭 개발해야 된다는 식이다. 그러면 그쪽에서 살던 사람은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데 이들은 이사 차원이 아니라 쫓겨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계고가도로도 그것이 사라지면서 주변의 삶까지 없어졌다. 이렇게 봤을 땐 재정비가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시각화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골에서 상경했던 사람들은 마음먹고 ‘잘 살아봐야지’라는 생각으로 청계고가도로 주변에서 장사했고 저렴한 집에 월세로 살았다. 그들의 생존공간을 재정비의 잣대로 본다면 지저분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사람들이 상경할 때 품었던 꿈과 욕망까지 지저분한 것이냐고 되묻는다면 무엇이라 답할 수 있나. 그래서 내가 기록한 것은 ‘진실’이고 ‘마음’이다.

― ‘질주와 침묵’에서 공개된 작품원본 필름이 매우 인상적이다.
디지털화되면서 조작되는 작품이 많은데 내 작품을 보면 가끔 ‘포토샵 했느냐’고 물어 온다. 기본이 1시간, 길게는 5시간씩 조리개를 열어 놓고 찍은 왜곡 없는 작품이라는 것을 원본 필름을 통해 확인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대형사진 필름이라 볼거리가 많다. 이는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대형사진에는 관객들이 오래 머문다. 볼거리가 많으니까. 우리가 63빌딩이나 남산처럼 시야가 넓은 곳에서 쉽게 빨리 내려오지 않듯 대형사진을 보며 다양한 현실을 보길 바란다. 거기서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보는 것이다. 계속해서 변하는 도시 안에서 자신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 현실도 시간이 지날수록 변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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