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갚지 못할 빚’은 삶을 송두리째 갉아먹는다. 특히 ‘빚’을 권하는 사회가 되면서 최근 들어 빚을 갚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에는 빚을 지는 원인이 대부분 수입에 비해서 과도하고 무절제한 소비생활, 그리고 곳곳에 숨어 있는 낭비요소들 때문이었다. 그래서 원인을 찾아내고 해소해나감으로써 건실한 재무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빚진 사람들을 보면 과도하고 무절제한 사치나 낭비요소가 딱히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빚지는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사치한 것도, 낭비한 것도 아니고 주위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평범한 삶을 살아왔는데 어째서 빚을 지게 된 것일까? 이 물음에 답하는 게 이 책의 흐름이다.

저자는 빚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상담하는 횟수가 늘면서 빚을 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발견했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라는 사회구조적 관점에서 가계부채를 이야기한다. 또 빚을 지게끔 유도하는 세상 속에서도 빚지지 않는 방법을 소개한 후, 그럼에도 빚진 이들을 위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한다.

소비습관, 내 집 마련, 보험 관리, 투자, 육아와 교육 등 서민이 빚지는 주요항목별 카테고리를 나누어 각각에 맞는 돈 관리 방법을 소개하고 쉽게 실천하도록 했다. 더불어 빚에서 벗어난 후 다시는 빚의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될 튼튼한 가계재무의 토대를 만드는 법까지 정리했다. 특히, TNV어드바이저에서 실제로 상담고객들에게 활용한 ‘우리집 부채 위험도 자가진단표’ ‘우리집 가계부채 구조 분석표’ 등을 실어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였다.

한편 저자는 ‘빚 갚는 것보다 빚지지 않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소비 패턴을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예를 들어 저자는 자기 연봉의 50% 이하인 차를 사는 것이 적정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상담을 할 때는 일반적으로 40대가 되기 전에 소나타 이상을 타지 말라고 권한다. 현재 수입이 많다고 해도 30대가 그랜저 이상의 차를 타게 되면 과다지출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여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분에 넘치는 차를 몰고 다니는 20~30대 젊은이들의 일화에서 비롯된다.

물론 책은 이미 빚진 사람을 위한 방법도 제시한다. 사람들은 보통 빚의 액수에 집착을 하지만, 사실 빚의 양보다는 구조가 더 중요하다. 이 책은 가처분소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빚을 ‘통제 가능한 빚’으로, 가진 모든 것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빚을 ‘통제 불가능한 빚’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부채 관리 솔루션을 만들었다. 특히, 빚의 구조가 통제 불가능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빚에 무감각하거나, 혹은 부끄럽고 귀찮아서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재무 전문가를 찾는 법과 제도적인 해결책을 알려준다.

빚은 누구에게나 힘겹고 고통스럽다. 게다가 그동안 신자유주의라는 거대 패러다임 안에서 서민들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빚에서 나올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의 전략에 따라서 빚에서 탈출하고 나면, 비온 뒤 땅이 굳는 것처럼 가계재무의 뿌리를 더 견고하게 만들 수 있다. 또 내적 가치를 성장시키고, 가계재무 흐름에 대한 원칙을 세우고 지켜나간다면 금전적 여유뿐만 아니라 자신과 가족의 행복까지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백정선 지음 / 미디어윌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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