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양자물리학은 화학부터 우주론까지, 모든 자연과학의 바탕에 놓여 있는 요소로서 작용한다. 어떻게 텔레비전 수상기에 화면이 맺히는지, 우주가 정말 빅뱅에서부터 진화했는지, 심지어 풀은 왜 녹색인지, 그리고 태양은 왜 빛나는지를 알기 위해선 이 양자물리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양자물리학을 설명하기 위해선 ‘얽힘’이라는 테마에 시선을 보낼 필요가 있다. ‘양자 얽힘 현상’은 물리학의 골칫거리로 불리는데 이를 규명해야 만 양자 이론의 수수께끼가 한 겹 벗겨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양자물리학의 근본 개념 중 하나인 양자 얽힘을 파헤친 대단히 독창적이고 풍성한 탐구의 기록이다.

얽힘은 서로 떨어진 두 입자가 마치 텔레파시라도 주고받는 듯 보이는 현상이다. 1935년 아인슈타인은 장래에 자신의 논문을 통틀어 가장 많이 인용될 한 논문에서 그가 명명한 ‘유령 같은 원거리 작용’이라는 상관관계를 양자역학이 예측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같은 해에 슈뢰딩거는 이 유령 같은 상관관계에 대해 ‘얽힘’이라는 세례명을 선사했다. 하지만 이 현상의 존재는 1964년 아일랜드 물리학자 존 벨의 혁명적인 논문이 나오기 전까지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이 책은 얽힘이라는 현상이 드러날 무렵에 일어난 일과 이후 그 현상에 관해 이해를 심화시키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이 담겨있다.

이 책에서 우리는 아인슈타인과 막스 폰 라우에가 양자 이론의 불가해한 속성을 논하는 취리히의 한 커피숍에서부터 데이비드 봄과 리처드 파인먼이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브라질의 술집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오펜하이머가 다녔던 버클리 대학에서부터 아인슈타인과 봄의 프린스턴 대학 그리고 벨이 안식년을 보냈던 스탠포드 대학까지 미국의 여러 대학 캠퍼스를 두루 거닐기도 한다.

아울러 유럽 물리학의 본고장도 방문한다. 유명한 보어 연구소가 있는 코펜하겐, 하이젠베르크와 파울리가 야외 소풍을 나가 전자 궤도에 관해 열띤 토론을 나눈 뮌헨 같은 곳이다.

루이자 길더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들의 수많은 논문, 편지, 회고록을 총동원하고 있다. 덕분에 그들이 마치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 듯 그려 냄으로써 이야기에 인간미와 극적인 재미를 더한다.

이 책에서는 보어와 아인슈타인이 서로 맞서고, 하이젠베르크와 파울리가 어떤 불가사의를 파헤칠지 결심한다. 슈뢰딩거와 루이 드 브로이는 벨을 위해 길을 트고, 이 선구자들의 길 위에서 벨의 업적이 다시 피어난다. 그리고 특유의 무덤덤한 어투로 리처드 파인먼은 당대 사람들에게 이 얽힘을 이용해 무언가를 창조해 내라고 촉구한다.

이 놀라운 처녀작에서 저자는 직접 그린 삽화로 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면서 발전하는 물리학의 이야기에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이로써 물리학의 많은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는 바로 물리학자들의 인간적인 면모, 파트너십, 그리고 이들의 열정임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한편 <얽힘의 시대>는 20세기 양자 물리학의 역사를 대화로 재구성한 것이다. 자료 수집과 집필 기간만 장장 8년 반. 프롤로그와 36막으로 구성된 본문 및 에필로그 원고는 2300매, 핵심이 되는 물리학 용어 설명과 본문을 가득 채운 인용문의 출처를 세세히 밝힌 미주만 해도 근 1000매에 이를 정도로 장대한 책이다.

여기에 주연과 조연, 단역으로 등장해 다양한 개성을 드러내는 수많은 물리학자들의 삶과 이론을 주제별로 찾아보도록 종횡으로 연결된 인덱스가 30여 쪽에 이른다.

루이자 길더 지음 / 부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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