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사회 병폐와 개신교 연관성 연구… 악영향 사례 지적

▲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오늘날 대형교회 문제, 초기 개신교 병폐가 근간
불투명한 재정과 권력 구조, 이젠 바꿔야 할 시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비윤리적인 행태와 온갖 비리로 지탄을 받고 있는 한국개신교가 회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늘날 한국교회에는 금권선거, 폭력총회, 교회세습, 양성불평등, 이단논쟁, 성폭력 등 부정적인 이슈가 많다. 이러한 이슈들은 개신교의 이미지를 추락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된 원인을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찾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이다. 그를 지난달 말 서울시 마포구 망원역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책 저술이 한창이라는 그는 글을 쓰느라 밤잠을 설쳤다며 다소 지친 모습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진단하기 시작하면서 피곤한 기색은 이내 사라졌다. 그는 차분하면서도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한국교회가 입으로만 개혁을 외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 실질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직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사회의 빛이 되지 못하고 도리어 지탄을 받는 개신교의 모습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울러 근대한국이 바로 설 수 없었던 데에도 이러한 개신교가 끼친 부정적인 영향이 적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역사를 묻어둔 채 이어져온 개신교는 먼저 역사적인 과오를 회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한국 근대사회의 많은 병폐, 초창기 개신교 영향이 커”

한국 근대사회와 초창기 개신교와는 어떤 관계가 있었던 것일까. 김진호 연구실장은 한국 근대사회의 많은 병폐와 관련해 개신교 도입 시기부터 차근차근 짚어나가기 시작했다. 네 가지 역사적 사안이 개신교 역사와 맞물렸다.

먼저는 해방 직후 우리나라의 자주권 확립에 관한 문제다. 그는 조선에 온 미국 개신교 선교사가 자국에 보낸 선교보고서가 미국과 서방이 우리나라의 자주권을 인정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서 한국인은 줄곧 피동적인 사람들로 비쳐지곤 했다는 것이다.

“당시 선교사들의 보고서에는 한국인을 ‘게으르고, 거짓말을 잘하며,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러한 보고서들은 미국이 한국을 스스로 독립할 수 없는 나라라고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김 연구실장은 이러한 보고서가 미국이 신탁통치를 하는 명분을 갖게 했다고 해석했다.

그 다음으로는 당시 개신교 국가인 미국과 불가불 관계였던 국내 개신교가 특혜를 받아 부를 축적했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공공시설물이 개신교로 흘러들어갔다는 지적이다.

당시 일본군이 철수하며 남기고 간 천리교 시설물은 공공시설물로 사용이 가능했지만 전부 개신교가 넘겨받았다. 국민 구성원의 3% 미만이었던 소수종파에 불과했던 개신교가 대다수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물을 넘겨받는 특혜를 누렸다는 것이다.

다음 지적한 문제는 친일청산과 관련된 사항이다. 김진호 연구실장의 주장에 따르면 고의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친일청산을 어렵게 한 장본인이 바로 개신교인이다.

미군정이 남한을 통치하기 위해서는 통역사가 필요했고, 이 통역사들은 미국 선교사들과 생활하며 영어를 배웠기에 통역이 가능했던 개신교인들이 도맡았다.

미국은 함께 일할 인재들이 필요했고, 인재를 찾기 위해 남한 국민의 비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국민의 70%가 사회주의, 10%는 공산주의, 개신교는 겨우 1~3% 정도에 그쳤다. 나머지 20% 정도는 민족주의 계열이었다. 미군정은 사회‧공산주의가 아닌 사람을 찾기 시작했고, 지식층 주류를 이루고 있던 친일인사들을 대거 발탁했다.

이 친일인사들이 등용될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한 사람들이 바로 개신교 통역관이었다는 것이다.

“개신교인 통역사들은 친일인사들이 등용될 수 있도록 중간다리 역할을 했습니다. 친일청산을 할 수 있는 좋은 시기를 놓쳤습니다.”

마지막으로 그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 것은 개신교가 나서서 민간인 학살을 주도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그는 북한에서 공산‧사회주의와 대립 후 핍박당하며 월남한 청년 개신교인들이 증오정치를 펼치며 민간인 학살에 앞장섰다고 말했다.

“당시 6.25 등 전쟁과 맞물려 반공을 부르짖는 개신교인이 백색 테러리즘에 빠졌습니다. 반공을 명분으로 사회‧공산주의로 보이는 민간인을 학살했습니다.”

그는 미국 북장로회 근본주의 신학사상과 북한에서 억압당한 것에 대한 증오가 한데 얽혀 증오정치가 펼쳐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웃을 정복대상으로 보는 폐쇄적인 근본주의 신학사상도 이들이 민간인 학살에 앞장서게 된 원인 중 하나로 분석했다.

김 연구실장은 특히 인천‧강화지역에서 민간인 학살이 심했다고 전했다. “특히 한 목회자가 조사한 내용을 보면 인천 강화지역이 가장 심했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 민간인들 사이에 개신교는 당시 국민에게 인기 없는 종교가 됐고, 개신교인 숫자도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개신교회는 우리나라 국민 20% 가량을 차지하며 한국종교계 주류를 이루고 있다. 어떤 부흥 과정이 있었던것일까.

◆ 개신교 주류, 민심 잃어… 비주류, 민심 얻으며 부각

김진호 연구실장은 그 부흥 원인을 비주류 개신교계에서 찾았다. 그는 개신교 주류가 인기를 잃어가고 있을 때 백성들의 아픔을 달래주며 개신교의 한 축을 형성한 소수 목회자에 주목했다.

소위 ‘이단’이라고 지목받았지만 수많은 신도들을 이끌었던 박태선‧나운몽 등 비주류 목회자다. 이 개신교 운동이 6.25전쟁 등 계속된 분쟁과 증오로 몸과 마음을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영적 부흥운동’이었다고 평가했다.

박태선의 전도관 운동에 대해서는 전쟁 이후 대중이 자활할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는 점에서, 나운몽 장로에 대해서는 한국식 기도원의 효시라는 점에 의의를 뒀다.

김 연구실장은 “앞서나간 시도였지만 당시 개신교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산업화시기를 겪으며 이들과 비슷한 성격의 목회자가 등장했는데 바로 조용기 목사다.

조용기 목사 역시 산업화로 몸이 다치고 마음이 병든 사람들을 상대로 병 치료, 부자가 되는 것, 영혼의 구원 등 3박자 구원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때문에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어 급성장한 사례로 분석했다. 하지만 후에 이를 악용해 사회적인 지탄을 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중간 과정을 거쳐 한국교회는 국민 20%에 이르는 등 성장했다.

◆ “한국교회, 역사 속 잘못 회개한 후 미래 내다봐야”

그는 “개신교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종교임에도 주요 요직 등에 개신교인들이 포진해 있는 등 한국사회에서 많은 혜택을 누린 종교”라며 “한국교회는 역사적인 과오를 속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교회의 변화를 위해서는 역사적인 잘못에 대한 회개가 먼저라는 것이다.

이후 김진호 연구실장은 현재 한국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한국교회의 모습도 변화시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한국교회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에 앞서서는 “대부분 대형교회의 문제를 여론화한 것이기에 이를 모든 교회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며 적용범위를 제한했다.

그는 대형교회가 멀티플렉스화 되어가는 데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대형교회 내에서 자체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지역사회와 굳이 커다한 소통이 필요없기 때문에 재정운용과 권력유지가 가능하다는 차원에서다.

“대형교회는 지역사회와 소통을 굳이하지 않아도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감시가 덜합니다. 이웃과의 불통, 재정불투명, 권력화 등 문제가 불거지기 쉬운 구조입니다.”

그렇지만 오늘날은 이러한 것들이 묵인될 수 없는 시대가 됐단다. 그는 권위주의 시대를 넘어서 민주화와 포스트모더니즘을 이야기하는 시대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식 분량이 많아지고 사회적 가치판단 수준이 높아진 사람들에게 더 이상 권력과 불통으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충고다.

[약력]
- 1962년 서울 출생
- 서강대 수학과·한신대 신학대학원 졸업
- 계간 당대비평 주간
- 한백교회 담임목사
-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현)
- 한겨레신문 칼럼니스트(현)
- 공저 ‘반신학의 미소’ ‘함께 읽는 구약성서’
‘함께 읽는 신약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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