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100여 년 전, 아니 정확히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 30분 중국 하얼빈역에선 3발의 총성이 들렸다. 이 총성은 민족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향한 안중근 의사의 의분이자 민족의 의분이었다. 이어 그는 뤼순 감옥에서 동양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양평화론’을 집필했다.

그리고 이듬해 3월 26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까지 31세의 짧은 생애지만 불꽃같은 삶을 통해 민족과 동양 3국과 인류에 영원히 기억되는 생각과 사상을 남겼다.

우리는 103년 전 10월 26일, 그 날을 회상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안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죽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민족을 침략했기 때문이 아니다. 동양의 평화를 깨트리고 해치는 자이기 때문이다”라고 한 말을 귀하게 기억해야 할 것이다.

훗날 안 의사의 외손녀 황은실 여사(81, 미국 거주)는 중국 상하이 초등학교 시절 일본인 교사로부터 ‘너의 외할아버지는 참으로 훌륭한 분이셨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오늘날도 우리보다 더 안 의사의 생각과 사상과 정신을 추앙하는 나라는 오히려 의식 있는 일본인들이며 중국인들이다.

그 이유가 뭘까. 후대를 위해 남긴 그의 고귀한 사상 바로 ‘동양평화이론’에 대한 가치를 깨달았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는 민족의 독립 운동가를 넘어 동양과 인류의 평화를 사랑하고 염원한 위대한 평화의 사도요 사상가요 선각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그의 용기와 평화사상은 과연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성선설(性善說)이 있듯이 인간의 본성에서 온 것일까. 아니다, 그보다는 모태로부터 기인된 태생적 종교성 즉, 신앙의 발로(發露)라 함이 바른 분석일 것이다.

아들의 사형선고를 듣고도 항소하지 말라며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고 편지했던 어머니! 어머니의 편지를 받은 안 의사는 “예수를 찬미합니다. 이 현세의 일이야말로 모두 주님의 명령에 달려있으니…”라며 답했던 안 의사! 모자(母子)의 편지내용으로 볼 때, 안 의사의 용기와 생각을 사로잡았던 평화사상은 바로 어머니의 신앙심의 발로였으며,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 같다.

그렇다고 기독교만의 사상을 강조하고자 함이 아니다. 동양사상의 핵심은 유불선 모든 종교의 궁극은 결국 하나라는 진리를 깨달아야만 한다.

이는 결국 ‘동양3국 평화론’을 통해 동양 평화의 절대적 필요성을 주장하기에 이르렀으며, 이 평화를 해치는 자가 바로 원흉 이토 히로부미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래서 안 의사는 그의 가슴에 흉탄을 안기고 자랑스런 최후의 길을 묵묵히 그리고 거룩하게 나아갔던 것임을 되새겨야 한다.

문제는 이 동양3국의 평화를 이끌 민족은 일본도 중국도 아닌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에 관심이 가는 것이다. 세계 석학들과 성인들은 한결같이 말하기를 중국은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며, 일본은 잡신의 나라이며, 오직 영원 전부터 신앙의 힘으로 이어온 민족, 특히 하늘에 의지하며 오늘에 이를 수 있었던 신(神)과 종교의 나라 대한민국만이 가능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이쯤에서 잠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평화는 그 무엇으로도 아닌 종교로만이 가능하다는 작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독일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것도 알고 보면 종교의 힘이 작용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공산주의라는 하나의 커다란 이데올로기를 희석시킨 장본인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구소련을 통치할 시기에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은 단연 메지에르 전 동독총리다. 메지에르 전 총리는 자신의 권력과 명예보다 통일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욕구를 앞세워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다. 중요한 것은 이 때 동구권을 지배하던 구소련과 고르바초프의 동조가 없었다면 오늘의 통일된 독일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당시 독일통일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고르바초프 러시아 대통령과 메지에르 총리의 평화사상은 공산국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의 가정으로부터 대를 이어오는 신앙의 힘이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한 신앙의 바탕 위에 공감대를 나눌 수 있었던 고르바초프와 레이건은 급기야 평화라는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며 시대적 섭리에 순응해 동과 서의 극단적 이념을 종식시킬 수 있었던 역사를 다시 한번 기억해 보자.

오늘날 동양3국 또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도도히 흐르는 신의 섭리를 느끼며 반목과 질시로부터 화합과 상생의 길로 돌아서서 103년 전 안 의사가 남긴 유지를 받들어 이루는 한․중․일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