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앓고 있는 노부부 가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월 19일 아내 조모(74) 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이모(78) 씨가 붙잡혔다. 이 씨는 50여 년간 함께 살았던 조 씨가 2년 전 치매에 걸리자 병시중을 도맡아 왔다. 하지만 수발의 고통은 너무 컸고 이를 견디지 못한 남편은 아내의 목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은 생활고 때문이 아니었다. 이 씨는 서울의 한 명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건설 회사에 들어가 40년 가까이 일했고 아내와 여가를 즐기며 살았다.

그러던 중 조 씨의 치매 증상이 시작되면서 24시간 내내 아내를 떠날 수 없게 됐다. 급기야 사건 당일 아내가 조 씨에게 베개와 옷걸이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평소에는 입에 담지 않았던 욕설까지 내뱉자 남편은 울화가 치밀어 끝내 아내를 자기 손으로 죽이고 말았다. 당시 이 씨는 아내의 귓가에 “여보 같이 가자, 사랑하니까 그런 거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한 노부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치매노인 환자와 간병하는 가족들을 위한 사회적 지원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현재 치매 여부를 적극적으로 진단하고 치료받는 노인들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11년 보건소 치매검진사업에 참여한 노인은 전체 노인 인구의 45.7%였다. 특히 치매 환자에게 지원되는 치료관리비는 저소득층에만 지급이 되며 지원액은 월 3만 원이 전부다. 이렇다 보니 치매 환자를 돌보는 데 소요되는 비용 역시 전적으로 가족의 몫이다.

지금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복지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치매 환자들에 대한 지원 공약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학교 급식도 중요하고, 고용 복지도 중요하다. 그러나 일단 생의 마지막 끈을 부여잡고 있는 사람들을 보살피는 게 우선이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가족끼리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앞으로 이 같은 우울한 범죄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적극적인 정부의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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