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지능과 정치 성향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이에 대한 흥미로운 데이터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이 종교 교육 소득 종족 같은 상관요인들과 잠재적인 교란변수들을 통제해도 지능이 높은 아이들이 지능이 낮은 아이들보다 진보주의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국 청소년건강연구와 종합사회조사 자료의 분석에 따르면 지능이 높은 개인일수록 진화적으로 새로운 진보주의 가치관을 갖고 지지할 가능성이 더 높은 반면, 지능이 낮은 개인일수록 진화적으로 익숙한 보수주의 가치관을 갖고 지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

실제로 이 책 <지능의 사생활>의 저자인 런던대학교 정치경제대학 경영학과 가나자와 사토시(Kanazawa Satoshi) 부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아주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20대 초반 청년들의 청소년기 IQ가 평균 94.82였는데 반해, 자신이 ‘아주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의 청소년기 IQ 평균은 106.42였다.

저자에 따르면 ‘아주 진보적’인 미국 청년과 ‘아주 보수적’인 미국 청년이라는 큰 범주의 개인들이 어린 시절의 IQ에서 보이는 11점이라는 차이는 아주 크며 통계학적으로도 함의가 상당하다. 지능과 진보주의 사이에 실제로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데 이런 수치상의 결과가 우연히 발생할 가능성은 10만 분의 1이 안 된다는 게 저자의 지론이다.

이는 ‘국가’에도 적용이 된다. 앞서 밝힌 자료가 암시하는 것처럼 지능이 높은 개인일수록 진보주의자가 될 가능성이 높으면, 논리적으로 사회적 차원에서 평균 지능이 높은 국민이 진보적일 가능성이 크다. 저자의 견해에 의하면 통계적으로 경제 발전, 교육, 공산주의의 역사, 지리적 위치, 그리고 정부 규모 같은 상관요인들을 통제하고도, 평균 지능이 높은 사회일수록 더 진보적이다.

한편 평균 지능이 높은 사회에서는 최고 한계세울(초과수익에 대해 세금으로 지불해야 할 비율)이 증가해, 그 결과로서 소득 불평등이 감소한다. 실제로 인구의 평균 지능은 최고 한계세울과 그 사회의 소득 불평등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IQ가 10점 더 높은 사회의 개인들은 개인 소득의 5% 이상을 세금으로 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평등이 심각한 나라는 그 사회의 지능 수준을 의심해볼 만하다는 것.

이처럼 저자는 생활 곳곳에서 벌어지는 선택과 지능의 연관성에 주목한다. 평균적으로 진보주의자들은 보수주의자보다, 무신론자들은 종교인들보다, 동성애자들은 이성애자들보다 지능이 높다. 이는 표본 집단을 장기 추적한 연구 결과를 통해 사실임이 증명됐다. 다른 결과들 역시 매우 흥미롭다.

지능이 높은 남성들은 정조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아내나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울 가능성 또한 높다. 지능이 높은 여성들은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음에도 아이를 적게 낳거나, 아이 낳는 것을 꺼린다. 지능이 높은 사람은 대체로 야행성 기질이 강해 늦게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일어나지 못한다. 그들이 아이돌 음악보다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 것은 단순히 취향이 고상해서만은 아니다. 또한 건강에 해로운 술과 커피, 담배를 더 많이 즐기며 잡식성인 본성을 버리고 채식을 선택한 비율이 높다.

저자는 전체 10만여 명, 50여 년간의 다양한 연구 결과와 실증 사례를 인용하여 믿을만한 증거를 뒷받침한다. 이 책에 따르면 지능이 높은 사람은 담배와 술, 클래식 음악, 채식주의, 독신주의, 진보주의, 무신론 등 진화적으로 새로운 것을 선호한다. 그들의 선택은 과연 옳은 것인지, 인간의 지능은 앞으로 계속 진화할 것인지 등을 살펴보며, IQ를 통해 인간 행동의 비밀을 추적한다.

가나자와 사토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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