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장사에 앞장 선 목사들, 각종 증서 밀매 실태 분석

학력비리 파문의 중심에 섰던 신정아씨가 4월10일 보석으로 18개월 만에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이를 계기로 대학과 학술진흥재단 등은 학력위조 방지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나름대로의 예방책을 세워가고 있다.

그러나 유독 개신교에서 만큼은 터져 나오는 목회자 학력비리를 모르쇠로 일관하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몇몇 양심 있는 목회자들이 개신교 학력비리를 폭로하고 자성을 촉구했지만 듣는 귀를 잃어버린 교계의 권위 앞에서 소리 없이 묻혀가고 있다.

해가 넘어 2009년이 되었지만 목사들의 가짜학위에 대한 비리 제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개신교 목회자들이 스스럼없이 학력위조를 자행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현행법제에 ‘구멍’이 나있기 때문이다. 즉, 적발이 되도 처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350만원 입금, 박사학위 ‘뚝딱’

지난해 서울강동경찰서는 국내 목회자 27명에게 미국신학대 박사학위를 판매한 혐의로 남가주 목사회 부회장이며, 미국 헤이필드대학 총장 ㅎ 목사를 수사한 바 있다.

제보자 김미경(가명)씨가 ㅈ 목사로부터 선금 50만원을 주고 발부 받은 위조 성적표.

당시 경찰은 ㅎ 목사가 국내 목회자들을 상대로 300~500만원을 받고 명예박사학위 및 논문박사학위를 팔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이 확보한 제보 자료에 따르면 ㅎ 목사는 미국에 거주하면서 해마다 2~3차례 한국을 오가며 브로커를 통해 만난 목사들에게 박사학위를 판매해 왔다.

ㅎ 목사는 이 과정에서 선불 50%, 후불 50%로 박사학위를 팔고 공동구매까지 부추긴 것으로 밝혀졌다.

ㅎ 목사는 학위매입 의사를 밝힌 목회자에게 “국내 동문만 150여명이며 돈만 주면 하루 만에(학위증서 뺏지 등)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 박사학위가 있어야 출세한다. 혼자는 300만원에 안되고, 300만원에 하려면 3~4명은 있어야 한다”며 부패한 학위장사의 면모를 그대로 드러냈다.

 

 

위조 전도사 자격증.

위조 졸업증명서.

 

  

 

 

 

 

 

 

 

 

 

 

 

실제로 박사 학위식은 의뢰인이 약속한 350만원을 모두 지급한 바로 다음날 서울의 한 지하교회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해당 검찰은 ㅎ 목사가 발행한 학위는 일반박사 학위와는 구분되는 종교관련 명예박사 학위이므로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아울러 학위 수여과정 및 학교 운영에 의혹이 있더라도 해당 대학 총장이 직접 학위를 발행한 이상 사문서 위조 혐의도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맺었다.

결국 다니지도 않은 대학의 학위를 사고팔아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학위매매 증거가 확실하더라도 총장이 학위를 직접 발급해 주는 이상 이를 제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흥정까지 하면서 학위를 사고판 증거가 분명함에도 단지 종교관련 학위이기 때문에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법이 학위를 이용해 순진한 성도들을 미혹하는 목회자를 양산해 내고 보호해 주는 방패막이 되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참 쉬운 ‘70만원 전도사’

김미경(가명, 35)씨는 2007년 7월 한기총 산하교단의 노회 서기였던 ㅈ 목사로부터 선금50만원, 후불 20만원 조건에 전도사증, 졸업증, 위조 성적표를 살 수 있었다.

“하나님 일을 빨리 할 수 있는 있는 기회”라는 ㅈ 목사 말에 현혹돼 전도사증을 구매했던 김씨는 얼마 후 학력비리가 크나큰 사회문제로 불거지는 것을 보고 신앙인으로서 심한 자책감을 느꼈다.

김씨는 오랜 고심 끝에 처벌을 각오하고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ㅈ 목사를 서울 강동경찰서에 고발했다. 김씨에 따르면 ㅈ 목사는 시간과 경제력은 부족하나 신앙적 열의를 가진 김씨의 약점을 꼬집어 전도사증 구입을 부추겼다.

 

돈이면 목사 박사 다 된다?

ㅈ 목사는 “요즘 누가 돈과 시간 들여 신학을 하느냐” “70만원이면 전도사증과 성적표는 물론 취업이나 교회등록이 다 해결된다”면서 “정식으로 신학대 나와서 목회하는 사람 그리 많지 않다”는 말로 김씨를 안심시켰다.

ㅈ 목사는 김씨가 전도사증을 구입한 후에는 “전도사는 돈이 안 되니 취업하지 말고 이왕 하려면 목회를 하라”면서 노골적으로 장사꾼의 면모를 드러냈다. ㅈ 목사는 “돈만 있으면 필요한 것은 다 만들어 줄 수 있다”며 “목사 안수증이나 신학 박사학위도 문제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답을 다 알려 줄 테니 강도사 고시를 보고 그 뒤 목사증을 만들면 된다”고 했다.

ㅈ 목사가 안수증을 만들어주는 대가로 요구한 금액은 200~300만원이었다. 심지어 “주위에 학위증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며 알선도 부탁했다.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ㅈ 목사는 헤이필드대학의 국내 브로커임과 동시에 본인도 100만원을 주고 헤이필드 명예박사학위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뚫린 법이 양심 믿는 성도 울린다

제보자 김씨는 서울 강동경찰서에서 ㅈ 목사의 사기혐의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을 보며 목회자 학력비리 근절과 처벌에 어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김씨는 2007년 11월 ㅈ 목사를 비인가 신학원을 정상적인 교육기관으로 혼동할 수 있도록 설립한 후 피해자를 기망하여 전도사 자격증을 발급, 금 5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고발했다.

ㅈ 목사는 조사과정에서 “와서 공부하라고 했으나 김 집사가 시간이 없다고 해서 부득이하게 돈을 받고 전도사 자격증을 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김씨가 해당 신학원이 비인가 학교라는 것을 알고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ㅈ 목사를 불기소 처리했다. 드러나도 처벌받지 않는다던 ㅈ 목사의 호언장담이 법으로 확인된 것이다.

국내 현행법상 서로 합의하에 이뤄지는 학위 및 문서 거래행위는 아무런 제재도 가할 수 없다. 이처럼 법이 ㅈ 목사와 같은 학위 및 목사 전도사증 등 각종 증서 장사꾼들을 사실상 보호해 주고 있어 그 피해는 내부 사정을 알리 없는 신도들과 정말 고생해 학위와 자격을 취득한 정직한 목회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법보다 양심이 선행돼야 할 직업이 성직자라는 것을 성도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돈이 목적이 돼버린 일부 목회자들에게 구멍 뚫린 법망은 자신의 돈주머니를 채워주는 안전망이 되고 있다. 성직자들의 학력비리를 알아도 신고할 곳이 없다는 것이 지각 있는 이들의 호소다.

학력위조 근절을 위한 의정활동은 없다?

인기 편승한 법안 흐지부지… 성직자는 가중 처벌 돼야

신정아 학력비리 파문이후 제기된 수많은 학력비리 처벌법은 폐기되고 없었다.
각계각층의 학력비리 파문이 일던 2007년 당시 17대 국회의원이었던 유기홍, 안홍준, 안민석, 맹형규 의원 등은 학위 검증과 처벌 강화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이들 법안은 제270회 국회(임시회)에 상정되었으나 관련법 개정이나 처벌규정 강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17대 국회가 끝남에 따라 자동으로 폐기됐다. 현재는 학력위조나 허위학력 신고, 검증에 관한 처벌규정 마련을 위한 의정활동과 움직임이 전무한 상태다.

사회적으로 시의성이 높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법적 조치를 취하기 위한 시도만 있었을 뿐 뚜렷한 성과 없이 흐지부지 끝난 상태다. 관련 법안 재상정 움직임도 없는 상태여서 ‘인기몰이용 법안 발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009년 1월30일 일부 개정된 고등교육법 제27조에 따르면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허위 학위를 신고했을 경우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는 것은 과거와 마찬가지다. 

2007년 8월 당시 유네스코가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해 2년에 한 번씩 발표하는 ‘고등교육 기관 리스트’를 검증 기초 자료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되었으나 현재는 진행 여부를 알 수 없다. 가짜 학위와 해외 학위 공장이 사회 문제화됐던 일본의 경우 2006년부터 문부과학성에서 유네스코의 자료를 활용해 ‘화이트리스트(건전한 고등교육 기관의 목록)’를 작성 중이다.

종교계 중에서도 개신교는 목회자들의 끊임없는 학력위조 시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03년 이후 5년간 학술진흥재단에서 확인한  비인증대학 박사학위 소지자 276명 중  미국신학박사가 140명으로 과반수를 넘는다.

2007년 12월 이종성 예장통합 증경총회장(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이 서울노회 모임 설교에서“한국에는 40명 정도의 신학박사 학위 소지자가 있을 뿐”이라는 주장에 비춰보면 가짜 신학박사 학위 소지가 일반화된 지 오래임을 알 수 있다. 

학위뿐 아니라 목사, 전도사 자격증에 대한 매매처벌법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현행법은 특정학위나 자격증을 허위로 발부받은 개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취업을 했을 경우, 취업한 곳의 ‘업무 방해죄’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는다. 사실상 허위 증서를 발부 하거나 발부 받은 사실 자체에 대한 처벌법은 없다.

속칭 ‘짜고 치는 판’에 대한 피해는 모두 성도들의 몫이다. 구멍 난 법이 큰 소리 치며 각종 위조 증서를 발부해 주는 장사꾼들의 보호막이 되어 주고 있는 셈이다.

학력비리가 양산되는 근본 해결을 위해서는 사용여부와 관계없이 각종 학위와 자격증 등 문서 매매 자체에 대한 강력한 처벌법이 제정되어야만 한다. 나아가 성직자 등 도덕성이 강조되는 직업군에는 신도들을 기망한 죄에 대한 가중 처벌법이 제정돼야 할 것이다.

법이 종교라는 이유로 목회자 학력비리와 각종 증서매매를 방관만 할 것이 아니라 말없는 피해자들의 근본적인 해결사가 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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