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훼손되고 농락당하고 있다. 그것도 우리들의 손으로 말이다. 최근 온 국민들의 안타까움을 샀던 이 충무공 고택 부지에 대한 경매는 우리 모두에게 부끄러운 일이었음을 고백한다.

잘 관리되고 보존되어야 할 국가지정 문화재가 한순간에 경매 물건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그것도 이 충무공의 15대 종부(宗婦) 최씨의 개인 채무로 인해 자신의 명의로 된 충남 아산 현충사 내 충무공 고택터 등 4필지 9만3000여㎡에 대해 경매를 당한 것을 생각한다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소중하게 가꿔야 할 문화재가 경매로 넘어가거나 훼손당하는 일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아산시 외암민속마을을 대표하는 건재고택(建齋古宅)이 금융계 재벌로 알려진 한 저축은행의 아들 명의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1998년 중요민속자료 233호로 지정된 건재고택은 조선 후기 학자인 외암(巍巖) 이간(李柬) 선생이 태어난 생가로, 고종 6년인 1869년에 지어졌다. 보통 전통가옥과는 달리 설화산 계곡에서 흐르는 명당수가 마당을 거쳐 연못에 흐르는 등 자연경관을 살린 정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 외에도 1670년대에 지어진 조선 중기 대표적인 건축양식으로 1996년 중요민속자료 231호로 지정된 충남 홍성의 엄찬(嚴璨) 고택은 이미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고, 일제강점기 근대 건축물인 전남 무안의 나상열(羅相悅) 가옥과 경남 함양의 윤씨 고가(古家)도 2007년과 2002년에 각각 경매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단지 경매로 넘어간 문화재만이 문제가 아니다.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동춘당과 송용억 가옥 등 대전·충남의 고택 6곳과 논산 명재 고택, 예산 정동호 고택 등 충남의 36곳도 상당수가 연고가 없는 개인 소유이거나 아예 빈집으로 남아 있다. 문화재이든, 중요민속자료이든 간에 후속 관리가 안 된다는 것은 물질문화를 뛰어넘어 우리들의 정신문화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이다. 세계도 인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문화에 대해 정작 주인인 우리만이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문화재청은 조선왕릉이 6월에 열릴 제3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한 바 있다. 유교적, 풍수적 전통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건축과 조경양식, 제례의식 등 무형의 유산을 통해 역사적인 전통이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 밖에도 이미 8개의 세계유산을 보호하고 있는 나라에서 문화재의 소중함을 모르고 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전통의 소중함을 모르고서야 어찌 한민족의 후손이라 할 수 있겠으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입으로만 전통을 지키지 말고, 귀하고 소중한 자식을 다루듯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가꿔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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