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참으로 흉흉하다. 생명경시풍조가 만연하다는 말이 피부로 느껴지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질 때가 많다. 아파트에서 투신한 여성과 부딪쳐 목숨을 잃은 남성이 있는가 하면, 사람을 죽이고도 그에 대한 죗값을 제대로 받지 못해 유가족의 가슴을 두 번 멍들게 하는 일들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으니 문제다.

최근 법원이 수원 여대생 살해범 오원춘과 경남 통영 초등학생 살해범 김점덕에게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에 ‘울산 자매 살인사건’ 피해자의 아버지 박종환 씨가 제2,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흉악범에게 사형을 선고해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잔악무도한 오원춘이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자 제주도 올레길 살해 사건 피해자의 남동생은 ‘오원춘처럼 제주 올레길 살인범에게도 무기징역이 선고된다면 법원 앞에서 분신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울분을 토했다.

오원춘에게 목숨을 잃은 피해자와 유족이 얼마나 큰 아픔과 고통을 겪고 있을지 공감한다며, 오원춘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한 재판부는 유족의 아픔을 상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얼마나 더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야 사형 판결을 내릴 것이냐고 묻는 그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연일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고 있으면서도 사람을 죽인 살해범에게 사형이 선고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실질적인 사형 폐지 국가로 불리는 만큼 극악무도한 살해범이 받는 최고 형벌은 무기징역이다. 끔찍한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몇 년 살다 나오는 게 고작이다. 범죄자의 사형 유무에 대한 찬반논란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무엇이 정의를 위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볼 때가 아닌가 한다.

범죄자의 인권을 강조하는 것은 어쩌면 잠재적 범죄자를 양성하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몇 년 살다 나오면 된다는 인식을 심어줘서는 안 된다. ‘눈에는 눈’이 안 된다면 적어도 이들 흉악범들이 죗값을 치르는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그저 사건이 일어났을 때, 잠시 시끄럽다 마는 그런 대책이 아닌 이들 흉악범들이 다시는 활개를 치지 못하도록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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