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이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우리나라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던 <정의란 무엇인가>를 정면에서 비판하고 있다. 변호사 이한은 모호한 딜레마를 내놓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이러한 비판적 논리를 견지한다.

저자에 따르면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정의를 논하는 대표적인 철학자도 아니요, ‘정의’를 논하는 철학자도 아니다. 그는 ‘정의의 한계’를 이야기하는 철학자일 뿐이다.

“샌델은 국가가 미덕을 진작시켜야 하고, 정의와 원칙과 개인의 권리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오히려 국가의 임무에 방해가 된다고 보는 사람이다. 그 결과 마이클 샌델에게는 뚜렷한 정의론이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샌델은 국가가 전면에 나서 사회 안에서 도드라진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국가가 이런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면 국가는 ‘껍데기 공동체’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피력하고 있다.

샌델에 따르면 국가가 개인의 삶에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은 두 가지인데 과세나 포상 같은 금전적 유인책을 활용하는 방안과 형벌로 처벌하는 방안이다. 그런데 미덕이 관계된 문제에 금전적 유인책을 결부하는 행위는 타락에 해당하기 때문에, 형벌로 처벌하는 방안만 남는다.

저자는 이 지점을 꼬집는다.

“그러므로 샌델의 논리에 따르면 친구 결혼식에서 축의금을 내는 사람은 아예 현금을 사용했으므로 징역을 살아야 할 것이고, 추석이나 설날에 부모님 선물로 현금을 드리는 사람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비하한 죄까지 더해 더 길게 콩밥을 먹어야 할 것이다.”

그런가하면 샌델이 책을 내고 이를 판매하는 것 자체에서도 모순점을 길어 올린다.

“마이클 샌델이 하는 일의 본질은 무엇인가? 공화국의 기본이 되는 공공 철학을 연구하고, 만들고, 널리 알리고, 세상을 더 좋게 바꾸는 일이다. 만일 그런 일이 돈으로 거래된다면 그가 하는 일의 본질을 타락할 것이다. 그런데 샌델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정리해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만들어 돈을 받고 팔고 있다. 타락도 이렇게 심한 타락이 없다.”

이처럼 저자는 샌델이 자신의 견해를 논증하기 보다는 주장하고 있음을 비판하면서, 샌델의 철학적 방법론뿐만 아니라 흥미로운 예시들 뒤에 숨겨진 주장이 매우 위험하다는 점을 논증한다.

또한 존 스튜어트 밀, 로버트 노직, 존 롤즈 등 샌델이 왜곡한 정치철학의 거장을 재조명하며, 탄탄한 논리로 정치철학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더불어 자유와 평등의 딜레마, 재산 소유권의 한계, 징병제와 모병제의 문제, 과거사에 대한 집단 책임의 문제 등 다양하고 풍부한 정치철학의 문제들을 풀어가는 지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한 지음 / 미지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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