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와 심상정 진보정의당 창당준비위원회 대선 후보가 20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전국 공무원노동조합 총회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진보진영 고정표 놓고 지지율 다툼 치열할 듯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초박빙 승부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군소후보의 ‘캐스팅보트’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중 캐스팅보트에 유력한 주자로는 지지층이 겹치는 진보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 후보다. 특히 이들은 통합진보당 전직 공동대표로서 각각 구당권파(이정희)와 신당권파(심상정)의 수장 역할을 하면서 날 선 대립을 했던 인물들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5월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태 이후 분당해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 이들이 신경전을 벌여왔던 만큼 이번 대선에서도 진보진영의 대표주자 자리를 놓고 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한 자리수의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대선에 출마한 것은 당선이 아닌 지지율을 담보로 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다. 게다가 이들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진보진영의 고정표를 놓고 지지율 싸움이 불가피한 상태다.

비례대표 경선부정 사태로 내홍을 겪다 결국에는 분열됐다 하더라도 진보진영의 고정 지지층이 형성돼 있는 만큼 이들이 3%를 전후로 한 지지율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정치권은 예상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야권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이들은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정권교체가 이뤄진 대선에서 양측의 표차가 5% 미만이었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에서 단 2.3%포인트 차이로 당선 희비가 엇갈린 만큼 한 자릿수의 지지율을 가진 이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들이 야권 후보 단일화 국면에서 큰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 비례대표 경선 과정 중 부정투표 의혹으로 구당권파와 신당권파 간 내홍이 발생, 결국 분당하면서 통합진보당을 바라보는 세간의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에서 그나마 대중적 정치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이정희 전 공동대표가 대선에 출마함으로써 캐스팅보트를 통해 위기의 통합진보당을 구출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통합진보당 탈당파를 중심으로 형성된 진보정의당도 당을 서둘러 재건하기 위해선 이번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이 필수적이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심상정 후보를 내세운 것도 진보성향 지지자들의 결집을 통해 신당의 존재를 인정받고, 나아가 야권연대를 이뤄 신당의 정치적 무게감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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