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영화 <본 슈프리머시>의 원작소설이다. 이 소설은 영화와는 다른 제이슨 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특징이다.

이름도 얼굴도 국적도 모르는 ‘과거 없는 사나이’ 제이슨 본이 맨손으로 자신의 정체를 추적해가는 본 시리즈는 주인공이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면서 겪는 심리 묘사, 배신과 음모로 가득한 정교한 플롯, 박진감 넘치는 액션 묘사가 독자를 사로잡는다.

미국 정부가 양성한 인간병기가 기억을 잃은 후 끝나지 않는 죽음의 위협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설정의 ‘본 시리즈’는 흔한 소재 같지만, 항상 시리즈마다 새로운 맛을 보여준다.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은 과거에 자신이 ‘살인 병기’였다는 상흔을 떠올릴 때마다 회의감에 빠지지만, 과오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든 생을 부여잡는 인물로 그려진다.

원래 제임스 본은 미국의 외인부대 메두사에서 활동했으며, 테러리스트 카를로스 자칼을 잡기 위한 정부의 작전하에 아시아에서 명성을 쌓고 유럽으로 진출한 암살자였다. 소설과 영화에서 그는 두 명의 자기 자신과 싸워간다. 하나는 ‘제임스 본’ 행세를 하는 가짜를 잡는 일이고, 또 하나는 자신 안에 내재된 수많은 아픔의 편린이다.

이번 소설에선 특히 영화에서 생략됐던 부분인 ‘아시아’를 배경으로 한다. 아시아는 평범한 장교이자 학자였던 데이비드 웨브가 가족을 잃은 곳, 메두사 부대원 델타로 베트남 정글을 누빈 곳, 그리고 암살자 제이슨 본으로 3년간 명성을 쌓은 곳이기도 하다.

기억을 잃고 일상생활로 돌아간 본은 정부 의료시설에서 치료와 심문을 받은 후 데이비드 웨브는 이름의 대학교수가 돼 아내 마리와 조용히 살아간던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국무부 차관 매컬리스터가 찾아와 아시아에서 가짜 제이슨 본이 활동하고 있고, 그의 손에 아내를 잃은 타이판이 진짜 제이슨 본의 정체를 알아내 데이비드를 노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던 중 마리가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타이판의 요구에 따라 데이비드는 홍콩, 마카오, 신제 지구, 베이징을 오가며 아내를 구하기 위해 다시 자신 안에 깊이 잠들었던 살인 병기의 기억을 떠올리는데….

본 시리즈가 고전적인 스파이물임에도 사랑을 받는 이유는 빠져들 수밖에 없는 ‘긴박감’에 있다.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스토리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게 본 시리즈의 매력이다.

게다가 주인공 본에겐 다른 영화의 영웅들이 가진 초인적인 힘이 없다. ‘국가’나 ‘조직’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펼쳐가는 그는 위태롭고 수시로 위기에 몰린다. 이러한 위태로움이 역동적인 긴장감을 조성해 재미를 이끈다.

한편 저자 로버트 러들럼(Robert Ludlum)은 2001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러나 사후에도 유작 원고를 바탕으로 다섯 편이 출간됐을 뿐 아니라 그가 기획자로 참여한 ‘코버트 원 시리즈’ 다섯 편, 후배 작가들이 집필한 ‘본 시리즈’ 일곱 편이 선보였고, 이후에도 시리즈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로버트 러들럼 지음 /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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