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죽음은 순수하고 파괴적이다. 그것이 스치고 지나가면 사람은 처참히 뭉개진다. 그리고 재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진실을 모르면, 희미한 불신의 빛이 완전히 꺼지지 않으면, 죽음은 흰개미나 집요한 세균처럼 가족을 괴롭혀댄다. 사람 속을 다 갉아먹는다. 죽음에 관한 불신이 남은 가족의 인생을 계속 물고 늘어지면 재기는 꿈도 꿀 수 없다.”

미국의 3대 미스터리 문학상으로 꼽히는 에드거상, 셰이머스상, 앤서니상을 모두 석권한 세계적인 스릴러 작가 할런 코벤. 치밀한 스토리구성과 충격적 반전, 파워풀한 페이지터닝을 모두 갖춘 그의 신작이다.

이야기는 20년 전, 여름캠프에 참가한 많은 아이들 중 네 아이가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아이들 부모는 캠프장 주인을 상대로 한 격렬한 소송 끝에 거액의 위로금을 받는 것으로 사건종결에 합의하고, 오랜 세월이 흐르고 세상은 아이들을 잊은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코플랜드는 주변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에 관한 단서를 찾던 중 여동생을 비롯한 네 명의 아이들이 실종된 20년 전 사건과 재회하게 된다. 20년이 지나서야 그의 눈앞에 날아든 뜻밖의 단서는 ‘사라진 네 명의 아이들 중 하나가 성인이 되어 돌아왔다’는 것과 ‘아이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덮으려 한다’는 것.

사건에 연루된 모든 이들에게 불안감과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조금도 녹슬지 않은 그날 밤의 진실은 조금씩 정체를 드러낸다. 여동생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밝히려는 남자와 진실을 덮으려는 부모, 그날 밤의 사건 이후 처참하게 해체된 가족! 20년 전에 은폐되었던 충격적인 진실이 이제야 세월에 씻겨 드러나는데……. 그해 여름, 그 아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여동생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는 주인공 코플랜드와 이 책에 등장하는 부모들, 사건에 연루된 아이들은 모두 자기만의 비밀을 가슴속에 간직한 채 진실을 세월 속에 묻어둔다. 바로 그런 크고 작은 욕망이 모여 이 사건의 진실은 점점 더 깊은 수렁 속으로 침잠하고, 세월이라는 이름 속에 은폐되어온 것이다.

욕망을 향한, 인간의 이 같은 추악한 본성을 깊이 있게 파헤친 소설 <숲>은 ‘아이들의 실종’이라는 우연한 사건을 꺼내 보이며 롤러코스터를 타듯 아찔하게 질주하다가도 어느 순간에 멈추어 서서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질문을 건넨다. “당신이 숨기고 싶은 것, 또한 당신이 믿고 싶은 것은 무엇이며, 당신이 알고 있는 진실은 순도 몇 퍼센트의 진실인가?”라고. <숲>을 비롯한 코벤의 스릴러 작품들이 오래도록 회자되는 것은 반전과 함정으로 가득 찬 특별한 스토리구성 안에 독자들의 폐부를 찌르는 깊이 있는 함의가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할런 코벤 지음 / 비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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