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악조건에서 치밀한 전략으로 막판 뒤집기 성공
GGGI, GTC와 더불어 `그린 트라이앵글' 완성

(서울=연합뉴스) 한국이 매머드급 국제기구로 성장할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에 성공한 것은 국제무대에서 쌓아온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주요20개국(G20) 회의 유치 등으로 격상된 국격과 치밀한 전략을 바탕으로 발로 뛴 유치 노력이 주효했다. `홈그라운드'에서 유치국 선정이 이뤄지는 등 막바지에 행운도 따랐다.

이번 유치로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한층 높아지게 됐다. 국제기구 인력 상주와 각종 국제회의 개최 등으로 상당한 경제적 이익도 기대된다. 송도는 진정한 국제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유치전략 주효…막판 뒤집기로 `월척' 낚아
우리나라가 작년 12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7) 때 유치 의사를 공식 발효할 때만 해도 GCF가 한국 품에 안기리라고 생각하는 국가는 드물었다.

기획재정부가 유치작업을 총괄했지만 정부에서도 자신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유치 의사를 공식ㆍ비공식으로 표시한 곳이 국제기구를 다수 유치한 독일, 스위스는 물론 중국, 멕시코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됐다.

악조건에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치밀한 전략 덕분이었다.

국제기구 유치 경험이 많은 독일이나 스위스의 장점을 오히려 역이용했다. 제네바, 본, 워싱턴 등 유럽과 북미에 집중된 국제기구의 지역 불균형을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한국의 `가교' 역할도 부각했다.

서울을 제치고 국내 유치 후보도시가 된 인천 송도의 녹색 경쟁력도 도움이 됐다. GCF 운영비로 올해 200만달러, 유치 시 2013~19년에 매년 100만 달러씩 700만달러 지원, 개도국 역량 구축용으로 2014~17년 총 4천만달러의 신탁기금 지원 등 우리 측이 제시한 지원조건도 호소력이 있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서류전형'에서 높은 성적을 올렸다.

GCF 유치국 선정 평가위원회는 법적 이슈, 특권ㆍ면제, 재정ㆍ행정 지원, 입지ㆍ여건 등 4개 평가 항목 모두에 걸쳐 한국에 최상위등급을 매겼다.

박재완 장관을 비롯한 유치라인이 의사결정권을 쥔 국가를 방문하거나 국제회의 때마다 만난 자리에서 표밭을 일구고 외교통상부, 환경부 등이 지원사격을 한 것도 득표에 도움이 됐다.

특히 아프리카 측 지지가 도움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경제개발경험 공유사업(KSP)을 통해 공을 들인데다 한-아프리카 장관급 경제협력회의(KOAFEC)가 서울에서 이번 GCF 이사회 직전에 열린 것도 운이 좋았다는 후문이 있다.

◇"경제 효과 3천800억원"…국격 상승하고 송도는 국제도시로
유치 성공의 가장 큰 효과는 국제사회에서 `코리아' 지명도, 신뢰도가 높아짐에 따라 국격이 올라가는 데 있다.

GCF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버금가는 조직으로 성장할 `월척'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한국은 지구촌의 화두인 기후변화와 녹색성장의 본산이라는 상징적인 효과도 누리게 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무국 유치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녹색기술센터(GTC)와 더불어 `그린 트라이앵글'을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대규모 국제회의나 올림픽ㆍ월드컵 유치는 국가 인지도를 높이고 경제효과도 단기적인데 반해 국제기구의 효과는 영구적이다.

실제 GCF 직원은 적어도 500명, 많게는 1천명 정도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다 GCF 회의 참석차 한국을 찾는 출장자도 매년 수천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먹고 자는 데 쓰는 돈이 적지 않다. 평균적으로 한 명의 주재원은 한 명의 지역 고용인을 창출한다는 분석이 있는 만큼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

국제회의ㆍ관광ㆍ컨벤션ㆍ전시회(MICE) 관련 서비스산업도 활성화될 수 있다.

GCF 유치 효과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주재원 500명을 기준으로 연간 3천80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기금 규모를 놓고 이견이 있지만 GCF가 수천억달러의 기금을 굴리게 되는 만큼 간접적으로 금융 산업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크다. 인천발전연구원(IDI)은 인천 지역경제에 연간 1천900억원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송도는 명실상부한 국제도시이자 녹색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그간 우리나라가 유치한 국제기구는 30개에 달하지만 지역센터나 소규모였다. 그나마 중앙정부가 나서서 유치한 가장 큰 기구가 국제백신연구소(IVI)다.

상대적으로 국가위상이 올라갔는데도 국제기구 유치에 관한 한 후진국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첫 대형 국제기구인 GCF를 유치함으로써 한국도 내로라하는 국제기구 유치국의 반열에 오를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정부와 인천시는 내년에 송도에 입주할 GCF를 성공 모델로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다른 국제기구를 유치할 때 내세울 수 있는 `실적'이 될 수 있다.

분위기도 괜찮다. 최근 세계은행이 지역사무소를 한국에 내기로 한 점도 환경 분야의 세계은행으로 불리는 GCF 유치와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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