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서 최종 매매 계약 서명식. (사진출처: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서 최종 매매 계약 서명식
2만5천달러 매입..5달러 강제 매각 문서 사본 공개

(워싱턴=연합뉴스) 대한제국 자주 외교의 상징인 미국 주재 대한제국공사관이 원주인인 우리나라의 품으로 완전히 돌아왔다.

문화재청과 문화유산국민신탁, 주미 한국대사관은 18일(현지시간) 낮 미국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대한제국공사관 매입을 최종 완료하는 서명식을 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미국 수도의 로건 서클 15번지에 있는 '대조선주차 미국 화성돈 공사관(大朝鮮駐箚 美國華盛頓 公使館)'의 소유권을 102년 만에 공식적으로 되찾았다.

정부를 대표해 김찬 문화재청장이 현 소유주인 티모시 젠킨스 씨와 최종 매매 계약서에 서명했다.

공사 관저는 대한민국 국유재산으로 공식 편입되고 매입 대금 350만달러는 문화재보고기금법이 규정한 긴급매입비에서 지급한다.

행사에는 최영진 미국 주재 한국대사와 최광수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자문위원장, 정세권 미주한인재단 명예회장, 홍일송 버지니아주 한인회장 등 공사관 반환 노력에 동참한 재미 교포와 학자 등이 참석했다.

김 청장은 "100여년전 이곳에서 자주 외교를 펼치던 선조들의 희망과 번민 등이 생각난다"고 밝혔다.

특히 "오늘 서명식을 개최하는 이곳(내셔널프레스빌딩)이 1888년 1월 박정양 초대 공사를 비롯한 11명의 최초 주미 공관원이 미국에 첫 공사관을 개설하기 위해 머물렀던 에비트하우스 호텔이 있던 자리여서 더욱 뜻 깊다"고 강조했다.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200만 미주 한인의 모국 사랑이 합쳐진 결과"라며 한인들의 노력을 치하했다.

젠킨스 씨는 "한국의 공사관 부속 건물이었던 옆집은 다른 용도로 바뀌고 옛 흔적을 찾아볼 수 없지만 35년간 공사관저를 잘 관리해 다행"이라며 "많은 문화유산이 '잃어버리고 무시되고 도둑맞고 허물어졌지만' 온전히 옛 주인의 품으로 되돌려주게 됐다"고 감회를 피력했다.

행사에서는 또 1891년 11월28일 고종 황제가 2만5천달러를 들여 공사관을 사들일 때 작성한 문서(친필)의 사본도 공개됐다.

문서는 '조선의 현 국왕 전하'를 계약 당사자로 하고 있으며 "한국 대사관의 거주 및 업무 장소"로 사용할 수 있게 부동산권을 "부여, 인도, 합의, 매도, 양도, 제공, 전대, 이전, 확정한다"고 명시했다.

1910년 6월29일 단돈 5달러에 소유권이 일제로 강압적으로 넘어갈 당시의 문서 (타자) 사본도 선보였다.

이 자료에 따르면 "조선의 최근 국왕 전하 또는 한국의 전 황제로 명명되는 당사자와 우치다 야스야 남작 미국 주재 대사는 '5달러'에 토지와 건물을 비롯한 컬럼비아특별구 워싱턴 시에 있는 부속물에 대한 절대적 소유권을 양도한다"고 씌어 있다.

문서에는 또 "일제는 누구에게든 이 건물 소유권을 매각하는 등 일체의 권한을 갖는다"고 적시돼 있다.

현존하는 대한제국 외국 공관 중 유일하게 원형이 남아 있는 이 건물은 1891년부터 1905년까지 주미 공사관으로 사용됐고 을사늑약이 체결되고 나서 일제가 빼앗다시피한 것이다.

정부는 또 이날 오후 워싱턴DC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기념 세미나를 열어 공사관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김정동 목원대 교수(문화재위원), 박보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 김종헌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장 등이 강연하거나 주제 발표를 했다.

문화재 당국은 세미나에서 나온 전문가 의견과 교포사회 여론 등을 반영해 이 건물을 우리 전통문화와 한·미 교류·협력의 역사를 알리는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김 청장은 "우선 건물을 보전ㆍ복원ㆍ복구하는 일이 급선무로 예산과 팀이 이미 준비돼 있다"며 "미국민에는 우리 문화유산을 널리 알릴 교두보로, 우리 국민에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물 골격이나 내부 등이 비교적 온전하게 보전돼 있어서 크게 개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