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6일 열린 농촌체험‘그린투어’에 참여한 시민들이 수확한 벼를 한 움큼 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얼마 전까지 ‘고속성장’ ‘자기계발’ 등을 외치던 국민들이 달라졌다.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는 온통 ‘비워라’ ‘천천히’ ‘휴식’ 등을 주제로 삼고 있으며 새로 나오는 상품·프로그램마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붙기 마련이다. 또 주말에는 산을 찾는 도시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 사회가 ‘힐링’을 외치고 있는 셈이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힐링’을 원할까? 또 이 ‘힐링’은 어떠한 모양으로 국민들의 아픔을 치유한다는 걸까?

도심 속 농촌 체험 르포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잊지 못할 추억거리 만들어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농촌 체험을 하니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해요. 마음의 여유도 많이 생겨요.”

지난달 26일 오후 2시 반 서울 강서구 오곡동 소재 친환경 왕우렁이 벼 농장. 노랗게 무르익은 벼를 수확하던 강오현(49, 여,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 씨의 얼굴에 함박 웃음꽃이 피어났다.

난생 처음 벼를 수확하는 강 씨는 “논에 벼가 난 것만 봤지, 낫으로 벼를 직접 베어보기는 처음”이라며 “볏단 묶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거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여성숙(48, 여, 서울시 송파구 마천동) 씨는 “매일 아파트만 보다가 야외로 나오니 정말 기분이 좋다”며 “기회가 되면 농촌에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딸이나 친구에게 농촌 체험활동을 소개해 주고 싶다며 하루 종일 마음이 훈훈하다고 전했다.

이는 서울시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는 농업체험 프로그램 ‘그린투어’다. 행사는 송파구 방이동 허브농장과 강서구 오곡동의 친환경 왕우렁이 벼 농장에서 열린다.

허브농장에서는 허브차 시식 및 허브 비누 만들기, 분갈이와 번식체험 등이 운영되며 벼 농장에서는 전통 벼 베기 및 탈곡, 그리고 전통 떡메치기, 인절미 먹기 등이 진행된다.

▲ (왼쪽)한 시민이 인절미를 만들기 위해 떡메치기를 하고 있다. (오른쪽)시민들이 수확한 벼를 탈곡기에 털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처럼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보니 농촌 체험 신청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정원(80명)이 5분 이내에 꽉 찰 정도다.

프로그램 중 단연 인기 있는 것은 벼 베기와 탈곡기 체험행사다. 가을의 정겨움을 만끽할 수 있어서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장인과 주부들은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와 답답함을 체험활동을 통해 없앤다.

하영숙(51, 여,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씨는 “탈곡기 터는 것을 방송에서만 봤는데,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보니 신기하다”며 “각박한 도시에서 살다가 농촌에 나오니 답답했던 마음이 트이고 여유도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난생 처음 해보는 떡메치기는 정말 인상적”이라며 “직접 인절미를 만들어서인지 더욱 맛있게 먹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문화관광 해설을 담당한 곽정환 제8대서울문화관광해설사 회장은 전통문화·농촌 체험을 한 현대인은 정신이 맑아지고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며 성인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활동이 더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영문 서울특별시농업기술센터 팀장은 “최근 치유를 목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며 “서울 인근에 친환경 농장이 있다는 것을 안 서울시민은 체험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농촌이 고향인 사람에게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해 준다”며 “농촌 체험에 참여한 사람은 서울 시민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