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발생한 북한군 병사 귀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 이 병사가 귀순할 당시 우리 군의 최전방 경계가 너무나 허술하게 뚫려있었고, 심지어 군은 이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보고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10일까지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이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군 병사는 2일 밤 11시 19분쯤 22사단 GOP 생활관의 문을 두드렸다. 이를 알아차린 우리 측 장병 3명이 막사 밖으로 뛰어나가자 “북에서 왔다. 귀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생활관 CCTV로 이 병사를 발견했다는 당초의 군 발표와는 완전히 다르다.

군의 거짓말은 합참의장까지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 정승조 합참의장은 지난 8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잘못된 보고 내용을 토대로 “CCTV를 통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답변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CCTV는 당시 먹통이었고 전혀 녹화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철색선이 뻥 뚫렸고, 귀순한 북한 병사가 내무반 문을 두드릴 때까지 전혀 몰랐던 데다가, 이를 숨기려고 허위보고까지 한 것이다. 이번 건은 군의 기강이 완전히 무너진 사태다.

특히 이날은 강릉 경포대 앞바다에서 북한 잠수정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해당 지역 군이 경계태세를 강화한 날이었다. 강화를 했는데도 이 지경이니, 평상시 경계는 어떨지, 정말 아찔하기만 하다.

이 사건은 경계와 감시가 주 임무인 최전방 초소 경계 태세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다. 적에게 최전방이 뚫렸다는 건 우리집 대문을 열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철책 경계와 관련된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군 장병이 많이 줄었다고 해도, 뚫리는 것만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군에 검열단을 파견해 강도 높은 점검을 시작해야 한다.

더구나 뻔히 드러날 거짓말까지 했다는 점에서 국민은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국민에 대한 신뢰’가 가장 소중한 가치인 군이 왜 이 지경이 됐는가? 몇몇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군인들이, 최전방에서 살신성인의 자세로 조국을 수호하고 있는 ‘용사’들까지 욕을 먹이고 있다. 책임자를 확실하게 문책해 이 같은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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