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새겨 읽는 맛-申 世 薰

북에서 내려와 말년을 분당에서 살다 먼 여행을 떠나버린 김요섭 시인. 동화처럼 이 지구공 위에서 아름답게 살다 간 아동 문학가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 그는 우리들에게 ‘언덕은 꿈을 꾸는 짐승’이라 했다. 지금 그 ‘옛날’ 뛰며 놀던 동네 언덕은 살아 꿈틀거리며 달려올 듯하다. 짐승처럼 꿈을 꾸듯 그 언덕은 일어나 무엇인가를 보여줄 듯도 하다. 그러나 그 ‘언덕을 깨우지 않으려고’ 한다. 언덕이 깨면 세상이 갑자기 달라질지도 모른다. 강산이 뒤집힐지도 모른다. 그래서 전쟁(6월)의 비극도 조용한 ‘능금꽃 속에 숨어’ 있는 것이다. 민족 상잔의 비극은 저 먼 구릉 언덕바지에 ‘꿈을 꾸는 짐승’처럼 조용히 엎드려 있다. 이젠 비극마저 감춘 그 능금꽃 ‘꽃잎 지는 소리’가 그 시절의 ‘바람 소리 같다.’는, 짧지만 무게있는 암유의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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