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대선 정국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정치지형으로만 본다면 여야 구도는 예측불허의 양상이고 야권의 후보단일화 문제도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어느 쪽이든 한 방이면 주저앉을 수도 있는 팽팽한 3자 정립관계가 지속되다 보니 대선 정국 전체의 판을 읽기가 어렵다.

이처럼 변수가 얽히고설키는 상황이라면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자칫 의도된 편향이 되거나 아니면 바보가 되기 일쑤기 때문이다. 정치상황이 복잡할수록 진중하게, 그러나 간명하게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적 통찰력이란 게 이런 것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으니 여야의 뛰어난 책사인들 얼마나 머리가 아프겠는가.

선거전략에도 여러 차원의 킬링 포인트(Killing Point)가 있다. 정책과 인물, 이슈 파이팅 등에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또는 국민의 마음을 크게 얻을 수 있는 ‘죽여주는 그것’이 있다. 그러나 이런 킬링 포인트를 찾기가 쉽지 않으며,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면 굳이 킬링 포인트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보통 선거전략에서 가장 쉽고 단순하게 킬링 포인트를 찾을 수 있는 부분이 ‘프레임(구도)’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양자구도나 3자 구도를 말하는 것도 내용적으로는 킬링 포인트를 찾는 의지의 발현이다. 프레임 전쟁의 핵심 전략이란 것도 곧 킬링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킬링 포인트 3인 3색
지금의 대선 정국을 내용적으로 보면 복잡한 양상이지만, 이를 형식논리로 본다면 3자 정립관계가 어떻게 세팅되느냐에 따라 간명하게 그 우열을 짚어볼 수 있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각 캠프 측에서 본다면 비교적 간명하게 킬링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대선 정국의 프레임으로만 따져본다면 그렇다는 뜻이다.

먼저 박근혜 후보를 보자. 박 후보는 3자 대결로 가면 가장 유리한 구도가 된다. 야권분열은 그 자체만으로도 야권지지층의 이탈을 동반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양자구도로 가더라도 문재인 후보와의 대결이 유리하다. 안철수 후보의 탈락으로 무당파, 중도층 분화가 일어날 것이며 그중에 다수를 박 후보가 흡수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후보 측에서는 안철수 후보를 일찌감치 낙마시키는 것이 킬링 포인트인 셈이다.

안철수 후보의 경우는 무난하게 단일후보만 된다면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유리한 구도가 된다. 중도층을 바탕으로 야권지지층까지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킬링 포인트이다. 반대로 이전투구나 막장의 후보단일화 과정은 야권 전체의 공멸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단일화 과정도 좋은 스토리로, 단일화의 결과도 안 후보 쪽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인 후보는 상대적으로 킬링 포인트가 빈곤하다는 점이 최대 약점이다. 본선에 나가기 위해서는 일단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그러나 무난하게 야권 단일후보가 된다고 하더라도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후보 지지층이 문 후보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지 않으며, 더욱이 친노와 민주통합당에 대한 비토층이 많아 투표 불참이나 박근혜 후보 지지로 돌아서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후보는 설사 대선 본선에 나가더라도 고전할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인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가 조금씩 진전을 보이고 있다. 후보 단일화가 될지, 된다면 어떤 방식이 이뤄질지, 그리고 누가 단일후보가 될지는 대선 정국 전체를 바꿀 수 있는 최대 변수이다. 박근혜 후보의 당선 가능성도 이 변수에서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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