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색자전거봉사단연합 한만정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녹색자전거봉사단연합 한만정 대표

자전거로 도시락 배달 봉사하다 ‘뿌듯함’에 눈 떠
‘환경보전’ ‘봉사’ ‘자전거’ 좋아하는 8만 명 이끌어
“자전거 인구 늘어나는데… 시스템 구축 필요해”
“두 바퀴가 뿌리내릴 수 있는 사회 만들고 싶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자전거를 좋아하던 한 소년이 있었다. 학창시절 사이클 선수로 활약해 메달을 손에 거머쥐기도 했던 소년은 성장해 기자가 됐다. 바쁜 직장생활 중에도 그는 평소 마을에 관심이 많아 동네 안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틈틈이 했다. 봉사활동을 할 때에도 자전거와 함께였다.

퇴직 후 그는 본격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했고, ‘자전거’와 ‘봉사’, 그리고 ‘자연보호’를 추구하는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았다. 창립 12년 만에 전국적으로 8만 명의 회원이 가입한 녹색자전거봉사단연합의 대표인 한만정 씨는 지난 6일 “처음에는 자전거를 통해 내 고장만이라도 깨끗하게 하자라는 취지였고, 이 정도로 사람들이 모일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기자 활동 시절 가장 좋아하는 자원봉사는 자전거로 몸이 불편한 분들에게 도시락 배달하기. 특히 동네인 서울시 송파구 마천동 골목에서 남한산성으로 올라가는 코스는 걸어 오를 땐 고역이었지만 자전거와 함께할 때는 봉사하는 기쁨까지 배가 됐다.

한 대표는 시야를 넓혀 지저분했던 성내천도 살리고자 당시 이명박 서울 시장에게 건의를 하기도 했다. 한 대표와 봉사단의 건의로 성내천에는 한강이 흘러들어왔고 현재는 매우 깨끗해졌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강 주변에는 야생화를 심어 꽃밭을 만들고 수질과 대기를 측정하는 기기를 설치해 주민이 직접 강의 깨끗해지는 모습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50~70대가 회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봉사단의 주요활동은 캠페인이다. 많은 회원이 함께 자전거를 타는 모습 자체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켜 홍보의 효과가 좋다는 평이다.

이들의 캠페인은 쉽게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차 없는 날’ 외에도 많은 행사나 축제 등에서 이들은 등이나 헬멧, 자전거 깃발에 ‘자전거 음주 운전 그만’ ‘안전 운전’ 등 행사 특성에 맞는 문구를 달고 유유히 지나간다.

한 대표는 이와 더불어 자전거 관련 정책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크게는 자전거 교육과 생활에서의 자전거 접근성 향상 방법으로 나뉜다.

한 대표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는 자전거 이용에 관해서는 후진국 수준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며 “연구와 정책을 통해서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은 인구 대비 자전거 보급률이 80~90%에 달하고 자전거의 교통분담률은 10~20%를 차지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자전거 보급률은 17%, 교통분담률은 1.2%에 그친다.

한 대표는 “국내 자전거 인구는 점점 많아지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제반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자전거를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 인식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 중에서도 ‘자전거 도로’의 접근성이 향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자전거 도로는 너무 좁아 많은 사람들이 차도로 다니고 있어 사고가 계속 발생한다”며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 또한 하천부지 또는 공원 등에만 설치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나 통학하는 학생들은 안전사고의 사각지대에 놓인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 대표와 봉사단은 자전거 전용 도로의 확장을 위한 캠페인과 현재 구축되고 있는 DMZ나 4대강의 자전거 도로를 직접 모니터링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을 계속 진행하다 보니 여러 단체에서 한 대표와 함께하길 원했다. 현재 한 대표는 봉사단뿐 아니라 한국자원봉사협의회, 한국환경단체협의회, 한국자전거단체협의회, 또 가장 최근에는 이번에 창간된 자전거 신문의 대표까지 맡고 있다.

한 대표의 가족은 환경이니 봉사니 하면서 자전거만 타고 다니는 한 대표를 이해할 수 없어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한 대표의 열정에 가족은 백기를 들었다. 한 대표는 “아들과 딸은 이제 나에게 ‘우리 아빤 봉사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이렇게 체념하더라”며 웃었다.

한 대표는 북한과 통일에도 조예가 깊다. 봉사단은 올해 4월 프랑스 파리에서 독일 베를린까지 북한 결핵 어린이 돕기 모금 활동을 위해 자전거 대행진을 했다.

한 대표는 “여행객들이 많은 곳을 지나서 그런지 많은 분이 동참을 해주시고 격려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며 “이 활동은 정권이 어떻게 바뀌든 매년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9월에는 통일부 주최로 통일비용을 모으는 ‘통일항아리’에 참여해 7박 8일간 자전거로 국토대장정에 나섰다.

앞서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정권 시절 봉사단들과 자전거 5천 대를 북한에 지원한 바 있다.
불우한 이웃을 위한 도시락 배달서부터 통일 준비까지 한 대표는 ‘자전거’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자부했다. 그리고 이 두 바퀴의 매력에 흠뻑 빠진 사람들은 지금도 한 대표의 봉사단을 찾고 있다.

이날 자전거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위해 봉사단과 한 축제에 참여한 한 대표는 봉사단 회원들과 ‘형님’이라고 칭하고 회원들에 섞여 함께 점심을 먹는 등 허물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자전거를 통한 한 박자 느리게 살기의 일부분이라는 한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자신의 최종 목표를 밝혔다.

“자전거로 시작했으니 자전거가 뿌리내릴 수 있는 사회가 되게끔 결말을 지을 것입니다. 이 같은 활동이 비단 자전거 사용 인구에게만 득이 될까요? 아닙니다. 자전거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환경뿐 아니라 소통의 창구로, 스트레스 해소의 방안으로…. 희망을 부르는 이 두 바퀴를 저와 함께 굴려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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