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단독(판사 서정현)은 시민을 대상으로 ‘종교증오범죄예방캠페인’을 벌이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인권단체 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 활동가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문을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강제개종목사가 ▲이단교회로 지목한 교회들을 비판하거나 비난하고 그 신도들을 개종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이단세미나를 개최한 사실 ▲‘하나님의교회’ 등 신자들을 상대로 강제로 개종교육을 하여 온 사실 ▲그 과정에서 개종을 강요하는 교육을 하면서 상담대상자의 가족으로부터 상담료 명목으로 돈을 받았고, 이단세미나를 계속하면서 사례비 등 명목으로 돈을 받아왔던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이 판결문은 강제개종목사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상당히 상징적이다. 그런데 이 판시에 나온 내용과 동일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최근 속초에서 발생한 ‘부녀자납치사건’은 강제개종교육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강제개종목사가 피해자 가족을 시켜 폭행과 감금을 사주했을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해 자신은 ‘구렁이가 담 넘어가듯’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갔다.

강제개종목사들이 가족을 통해 피해자를 개종교육에 참가시키도록 하는 수법은 이렇다. 일단 가족들에게 ‘(피해자가) 이단에 빠졌으니, 빼 오지 않으면 인생을 망친다’ ‘이대로 놔두면 (피해자가) 지옥에 간다’는 식으로 말을 던진다. 그러면서 ‘강제로 교육을 하면 법에 걸리니 피교육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동의’를 얻게 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책임은 전적으로 가족이 부담한다. 내 딸, 내 아내가 인생을 망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 가족들은 물불을 안 가리게 된다. 이로 인해 가족에 의한 ‘폭행’ ‘감금’ ‘감시’가 발생하고, 이를 견디다 못한 피해자가 ‘교육을 받겠다’고 하면 이때부터 강제개종교육이 시작된다. 물론 이 교육은 ‘자선사업’이 아니다. 수십~수백만 원에 달하는 교육비도 가족이 부담한다.

이렇듯 강제개종교육은 ‘가족’이라는 구성원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자극함으로써 이뤄진다. 그 과정에서 ‘폭행’은 물론 온갖 인권침해가 버젓이 일어난다. 그러나 가해자가 ‘가족’이고 사건이 ‘종교 문제’라는 이유로 수사기관은 물론 국가인권위원회조차도 이를 외면해 왔다.   우리나라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까지 꺼내지 않더라도, 갖은 인권침해를 수반하는 강제개종교육은 엄연히 불법이다.

지금이라도 국가기관이 나서서 전방위적인 피해조사와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특히 이번 속초 사건에선 피해자의 자살기도까지 일어났다. 살아갈 의지가 있는 멀쩡한 사람을 자살기도까지 몰아갔다면 인과론적인 측면에서 개종목사에게 ‘자살관여죄’를 적용해야 한다. 숱하게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수사기관과 인권위는 언제까지 이를 좌시할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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