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2차 세계대전 당시, 스탈린그라드 전투만큼 사람들의 마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싸움은 없었다. 이후 스탈린의 명성은 사라지고 도시의 이름도 바뀌었지만 이 장소에서 벌어졌던 전투의 이름만은 그대로 남아 있다.

사실 1942년 초만 해도 이 도시는 중요한 거점이 아니었다. 소련군의 작전이나 작전계획에서 그다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했던 것이다. 소련은 독일군이 1941년 12월에 저지당한 모스크바로 진격을 할 것이라고 믿었다. 이처럼 소련 측의 관심은 긴 전선의 중앙 부분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몇 주일 동안에 이곳의 중요성이 180도 바뀐다. 도시 자체가 매우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가지게 됐고, 따라서 도시의 점령이 정치적‧개인적 성취의 초점이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스탈린그라드 전선에 배치된 독일군 제11군단의 참모장 그로스쿠르 대령은 그의 일기에 “이 전투가 히틀러와 스탈린 간의 기 싸움이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실제로 히틀러는 이 도시를 놓고 “스탈린의 이름을 가진 도시는 점령될 것이고 점령된 다음에는 결코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는 연설까지 했다. 스탈린그라드 점령에 대한 독일의 집착은 이렇듯 공공연한 일이 됐다. 그것은 전략이라기보다는 심리와 위신이 걸린 문제였다. 이 집착을 실현하기 위한 군사적 희생은 어마어마했다.

이후 전투에서 양군은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모든 것이 끝났을 때 소련은 결정적인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 전투에 투입됐던 독일군은 그냥 패배한 것이 아니라 아예 사라졌다. 이 전투로 독일군 전투 자체가 방향을 잃게 되고 말았다. 반면 승리한 소련의 영향력은 커졌다. 이후 스탈린은 이미지가 한층 격상됐다. 어떤 의미든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2차 세계 대전의 중대한 전환점이었다.

그런가 하면 익히 알다시피 노르망디 상륙작전 역시 2차 세계대전의 ‘대전환점’이었다. 1944년 6월 초부터 8월 말까지 3개월 동안, 연합군은 악천후의 위협과 적군의 저항을 극복하면서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상륙작전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이 전투는 연합군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꼭 승리해야만 하는 전투였다. 만일 이 전투에서 독일군이 승리를 거뒀다면 그들은 전쟁 전체를 패배로 끝내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독일군은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렇게 해서 제2차 세계대전의 결정적인 전환점 하나가 연합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12 전환점으로 읽는 제2차 세계대전>은 리버풀 대학교의 명예 역사 교수인 필립 벨이 20세기 가장 중요한 분쟁인 제2차 세계대전을 새로운 시각에서 고찰한 책이다.

스탈린그라드 전투, 진주만, 노르망디 상륙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군사적 전투와 테헤란 회담, 호송선과 잠수함과 같은 외교적·경제적 측면에 이르기까지 제2차 세계대전의 승패를 결정지은 12개의 전환점을 기술하고 있다. 특히 예리하게 서술된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연합국과 추축국들이 어떻게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고 또 어떤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는지 보여주며 제2차 세계대전의 성격과 궁극적 원인을 분석한 게 특징이다.

책의 뒷부분에는 본문에 언급된 12개의 전환점을 좀 더 깊이 살펴볼 수 있는 ‘더 읽을 만한 책들’에 관한 목록을 제공한다.

필립 M. H. 벨 지음 / 까치 펴냄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