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선 (사)한국기업윤리경영 연구원장

웅진계열사의 법정관리 신청과정에서 그룹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논란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웅진그룹 경영진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조기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신청에 앞서 계열사 차입금을 만기 전 상환하고, 대주주나 특수 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을 처분하는 등 의혹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6년 시행된 현행 통합도산법은 과거와의 단절을 강조한 구법과 달리 법정관리를 신청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부분 기존경영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제도를 택하고 있다. 기존 경영진이 경영을 계속하면 기업의 빠른 회생을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존 경영자 관리인제도’는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오너가 경영권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악용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실패 경영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이해관계자가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법정관리 절차의 진행문제는 앞으로 원칙과 정도에 따라 법원이 결정할 일이니 엄정히 지켜 볼 일이다.

사실 웅진사태의 발단인 경기변동 예측이나 투자판단 실수 그리고 과잉투자에 따른 금융경색이라는 전파경로는 어느 기업, 그룹의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여느 실패경영 사례의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아쉬운 것은 관리조정 과정에서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경영진, 특수관계인 등이 손실회피나 자산보전 등을 위한 부당한 방법이나 비윤리적 행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재무적 경제적 실패에 더하여 윤리적 잣대로도 실패하였음을 의심케 하는 것이다. 윤리적 경영을 외치며 그동안 쌓아왔던 그룹의 신뢰, 이미지 실추는 물론 건전한 경제사회 문화조성, 이해관계자 배려라는 윤리경영의 확산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 간과해서 안 될 점은 경영실패에 이르기까지 방만한 경영판단과 최고 경영자 독주를 견제하는 내부 견제기능이 작동치 못했다는 점이다. 투명하고 건전한 책임경영, 선진 지배구조의 구축과 제대로 된 운용은 우리기업의 과제이다. 기업경영 정책과 관리의 최고 결정 기관인 이사회는 체면을 구겨 버렸고 사외이사는 더더욱 그렇다. 외환위기 이후 사내이사의 역할한계를 보완하고, 대주주 견제와 경영진 감시기능 제고를 위해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또한 이사회에 의한 내부통제 감시기능을 정착시키기 위해 감사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이사회 체계를 개편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2009년 이후 웅진그룹 상장법인 5개 회사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이 반대의견을 낸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최근 1년간 대기업집단 상장사 이사회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도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되지 않고 사외이사의 윤리경영 실천 제고기능이란 말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른 많은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웅진그룹 계열사 역시 사외이사는 전직 고위법관이나 행정 관료와 같은 고위 공무원들로 크게 구성되어 있는데 사외이사가 제 기능을 못하고 거수기, 바람막이 역할이라는 일부언론의 지적은 듣기에도 민망할 뿐이다.

오늘날 경영환경은 위기의 상시화, 지속화로 특징된다. 위기극복과 지속성장을 위한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최고 경영자를 중심으로 한 경영진의 몫이다. 경영진의 왕성하고 책임있는 사업활동뿐 아니라 이를 보완해주고 한편에서 감시 견제하는 이사회, 특히 사외이사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어야 한다. 이사회를 멤버십 클럽 정도로 여기는 기업문화로는 기업경쟁력 제고나 경영효율성을 가져오기 어렵다. 제도 보정은 물론 확고한 경영문화 조성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국가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으나 우리 기업의 이사회 유효성 경쟁력은 세계 144개 국가 중 121위라고 세계경제포럼은 평가한다. 시급히 개선해야 할 꼴찌 수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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