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수십만 명이나 되는 재일 한국인이 일본에서 취직과 결혼, 돈을 빌릴 때 차별받고 있어요. 하지만 재일 한국인도 일본인과 똑같은 정의감과 능력이 있지요. 그것을 제가 사업으로 성공하여 증명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젊은 재일 한국인에게 그것을 몸소 보여야만 하는데 내가 본명을 숨기고 그 일을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미국에 간 목적을 달성할 수 없지 않은가. 나중에 그 사업을 일으켰던 게 사실 손정의였다고 말하는 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일본으로 귀화를 했음에도 일본 성(姓) ‘야스모토’에서 한국 성 ‘손’으로 이름을 바꾼다. 이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회고를 했다.

“재일 한국인의 95%가 본명인 한국 성이 아니라 일본 성을 쓰고 있는 이상, 대부분의 일본인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일단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숱한 차별을 받는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애써 숨겼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성을 쓰고 있자니 왠지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항상 마음이 꺼림칙했다.”

손정의는 지금으로부터 55년 전인 1957년에 사가현 도스역에 인접한, 번지수도 없다는 이유로 무번지라 붙여진 조선인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런 그가 정보혁명을 통해 굴지의 성공을 거둔 이유를 우리는 손정의 일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가 굳이 한국 이름을 선택했던 이유 또한 여기에 있으리라.

손정의 일가는 자신들이 겪은 파란만장한 차별의 역사를 몸소 받아들이고, 이를 온몸으로 감싸 안는 애정과 근성이 있었다. 이 책은 그러한 노력을 고찰한다. 손정의가를 삼대까지 조사하고, 현존하는 부·모계 쪽 친척을 모두 만나 취재했을 뿐 아니라 그 뿌리를 찾아 한국까지 방문한 후 그에 대한 성과를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지금껏 손정의를 다룬 책 대부분은 그의 화려한 성공에만 초점을 맞춰 왔다. 사람들은 타국에서 이룬 그의 엄청난 성공에 열광했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성공의 원동력, 즉 어떤 환경에서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사고 및 인격을 갖추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접할 기회가 흔치 않았다”고 이 책의 서문에서 꼬집는다.

이 책의 테마는 손정의가 발산하는 ‘에너지’로 모아진다.

저자는 손정의의 이면에서 느껴지는 수상쩍음을 조명하며 그 원천에 관해서 검증해 나간다. 그 어떤 책에서도 언급하지 않은 손정의의 가족사를 풀어내며 독자들로 하여금 스티브 잡스 평전에 버금가는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 준다.

사노 신이치 지음 / 럭스미디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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