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성 아래 금강변 코스모스 물결 가득… 추석 연휴 47만 명 다녀가
1537m 길이 ‘세계 최장 인절미 만들기’로 푸근한 정 나누기도
[천지일보 충남=김지현 기자] ‘제58회 백제문화제’ 잔치 분위기가 짙어가는 가을빛처럼 무르익어가면서 충청인의 마음을 푸근하게 했다.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 측은 추석연휴 3일간 47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했다.
추석을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백제문화제 개막식이 열린 부여 구드래공원은 지역주민과 고향을 찾은 귀성객, 국내외 각지에서 찾아온 관람객 등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 양창엽 사무처장은 “추석 연휴와 개천절이 낀 징검다리 휴일이 축제 관람객의 유인에 좋은 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란 당초 예측이 적중한 것”이라며 “아직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지만, 당초 목표 120만 명을 훨씬 뛰어넘는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추석 전야의 개막식에 관람객 참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당초 목표했던 인원을 훨씬 초과하는 6만 명 내외가 운집하는 성과를 일궈냄으로써 대표 역사문화축제로서의 위상을 새삼 실감케 했다.
추석연휴 동안 열린 백제문화제가 모처럼 고향을 방문한 귀성객들이 가족 및 친지 등과 함께 명절의 넉넉함을 나누면서 축제의 즐거움을 공유하는 등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축제가 열리고 있는 부여 구드래공원 일원과 공주 금강신관공원 일원은 짙푸른 가을 하늘 아래 자녀의 고사리 같은 손을 잡은 젊은 부부, 머리가 하얗게 센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고 나온 중년부부 가족,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연인 등의 환한 웃음꽃으로 넘쳐났다.
또한 백제문화제는 명절이 되레 외롭고 쓸쓸할 수밖에 없는 외국인 국내 거주자들에게도 훌륭한 가족 역할을 했다. 축제장 곳곳에는 높은 호기심과 함께 즐거움에 푹 빠져 있는 표정이 역력했다.
주무대가 있는 금강신관공원 쪽에서 운치 있는 금강교를 건너다보면 다채로운 색깔의 복장을 한 백제인의 인형들이 물 위에 늠름하게 서 있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무대 앞에선 인절미로 ‘인절미 고장 공주’ 글자를 제작하기 위한 이준원 공주시장, 고광철 공주시의회 의장, 박수현 국회의원 등 참석 인사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인절미 제작이 끝난 직후 행사 참여자와 주변 구경꾼들은 인절미를 나눠 먹으면서 축제의 흥겨움으로 하나가 됐다.
백제문화제 관계자는 “길이 1537m의 인절미는 세계 최장 인절미로 기네스북에 오른 2010년 김제지평선축제의 1233m를 훌쩍 뛰어넘는 길이이지만, 기네스 기록 등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행사 진행이 축제의 흥겨움을 더욱 살린 것 같다”며 “이번 행사는 공주지역 농협이 주관하는 행사로 참여행 행사의 본보기로, 백제문화제는 민간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협공주시지부(원종찬 지부장)와 11개 공주지역농협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우리 농산물 애용 촉진과 축제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기 위해 마련했다.
공주는 ‘인절미의 본향’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길이 1537m’는 문주왕이 475년 왕도를 위례성(서울)에서 웅진(공주)으로 옮긴지 올해로 1537년을 맞이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 행사는 “1624년 인조가 이괄의 난을 피해 공주에 머물렀을 때 임씨 댁에서 콩고물에 무친 떡을 진상하였다. 맛이 좋아 떡 이름을 물었으나, 아는 사람이 없어 ‘임절미’(任+絶味)라 불러 오늘날 인절미가 됐다”는 인절미의 유래에 대한 설명과 왕에게 떡을 진상하는 퍼포먼스로 시작했다.
원종찬 농협공주시지부장은 인사말에서 “인절미가 공주에서 기원했다는 유래와 백제 문주왕이 공주로 천도한지 1537년을 맞이했다는 의미를 살리고, 세계에서 제일 긴 인절미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고 행사를 시작한다”면서 “인절미를 정답게 나누면서 공주의 넉넉한 인심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고 말했다.
금강철교(등록문화재 제232호) 위에 380m 길이로 일렬로 배열된 214개의 탁자위에선 행사 시작의 징소리와 함께 1800여 개의 손길(900여 명)이 분주히 움직였다. 이들 주변에는 호기심과 흥미로운 눈빛으로 지켜보면서 ‘훈수’를 두는 관람객들이 더해져 와글와글 왁자지껄한 잔치판으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