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전 지역에 방송되는 유일한 TV채널인 조선중앙TV는 지난달 초 새 스튜디오를 마련한 데 이어 지난달 말부터는 남녀 아나운서를 나란히 종합뉴스에 출연시키고 뉴스 끝에 해외 유명 프로축구 소식을 전하는 등 계속 변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8시 보도를 마친 뒤 '국제체육소식'이라는 제목의 신설 코너를 남녀 아나운서가 함께 진행하는 모습. (사진출처: 연합뉴스)

'진화하는 北 TV뉴스'…남녀 앵커 나란히 앉아 진행

(서울=연합뉴스) 장철운 기자 = 올해 북한이 본격적인 김정은 체제를 구축하면서 북한 TV방송의 뉴스가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북한 전 지역에 방송되는 유일한 TV채널인 조선중앙TV는 지난달 초 새 스튜디오를 마련한 데 이어 지난달 말부터는 남녀 아나운서를 나란히 종합뉴스에 출연시키고 뉴스 끝에 해외 유명 프로축구 소식을 전하는 등 계속 변화하고 있다.

중앙TV는 지난달 28일 우리 방송사의 저녁 종합뉴스에 해당하는 '8시 보도'에 남성 아나운서와 여성 아나운서를 나란히 출연시켜 각종 소식을 전하게 했다.

예전엔 남성 또는 여성 아나운서가 혼자 출연해 뉴스를 전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는 일종의 '파격'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TV의 8시 보도는 또 아나운서 왼쪽 위 화면에 사진을 배치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이날부터 뉴스 관련 동영상을 전체 배경으로 보여주는 등의 변화도 꾀했다.

앞서 지난 3월 중앙TV는 8시 보도의 배경을 갈색에서 하늘색으로 바꾸고 젊은 여성 아나운서들을 전면에 포진시켰으며 지난달 초부터는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느낌의 새 스튜디오에서 아나운서가 출연해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메인뉴스 형식의 변화는 김정은 시대 북한 당국이 강조하는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는 구호와 같이 세계 대부분 뉴스에 남녀 아나운서가 함께 등장하는 점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중앙TV는 이날 8시 보도를 마친 뒤 날씨 예보 전에 약 10분간 '국제체육소식'이라는 제목으로 스페인과 독일, 러시아, 아르헨티나의 프로축구 1부리그 소식을 소개하는 코너를 신설했다.

북한이 TV를 통해 올림픽이나 월드컵 경기가 아닌 해외 프로축구를 소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지난 2006년 5월7일 4개월 전에 있었던 이탈리아 프로축구 1부리그 세리에A 2005-2006년 19라운드 인터밀란과 칼리아리의 경기를 녹화 중계한 것이 거의 유일한 사례다.

그러나 이날 선보인 중앙TV의 해외 프로축구 소개 코너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TV가 독일 분데스리가와 경기 중계 계약을 맺고 녹화 방송을 포함해 매주 두 경기를 중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중앙TV가 전한 해외 프로축구 소식 중에서는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한 경기에 두 골을 몰아넣으며 팀 승리를 견인한 손흥민(20·함부르크SV)의 활약상을 보도한 것이 눈에 띈다.

중앙TV는 지난달 22일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2012-2013 분데스리가 4라운드 홈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선제골과 결승골을 터뜨린 손흥민의 활약상을 보여주며 "측면 돌파에 의한 연결차기(패스)로 함부르크팀에서 먼저 한 골을 넣었다"고 소개했지만, 그가 남한 출신임을 고려한 듯 이름을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처럼 북한이 독일을 비롯한 해외 프로축구 경기를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해외 유학경험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제1위원장은 10대 중·후반이던 1990년대 말 스위스 베른에서 5년 가까이 유학생활을 하면서 서방세계의 문물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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