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은 과연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가령 ‘장애인에게는 정부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상식선의 이야기를 생각해보고, 이젠 반대로 짚어보자. 정말 장애인에게 정부의 보호가 필요할까? 다음 사례를 살펴보면 정부가 장애인들을 보호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때도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990년에 미국 의회는 장애인보호법(ADA)을 통과시켰다. 부시 대통령은 법안에 서명한 후, 이 법의 반차별 조항이 장애인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ADA가 제정됐을 때 장애인의 고용률은 50.9%였는데, 이 법이 통과되자 48.9%까지 떨어졌다.

왜 이렇게 됐을까? 바로, 의회가 장애인을 ‘보호받는 집단’으로 만들면서 고용주가 그들을 채용하기를 꺼리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이 법은 장애인들에게 ‘당신은 항상 특별대우가 필요하다’는 파괴적인 메시지를 보내게 됐다.

더구나 ADA로 잇속을 챙긴 집단은 장애인이 아니라 변호사들이었다. 이 변호사들은 ‘장애인의 인권을 대변한다’는 명목으로 ADA 규정을 지키지 못한 기업에 소송을 걸었다. 어떤 음식점의 카운터가 휠체어를 탄 사람들에게 너무 높다고 제소를 해, 이 음식점은 수백만 달러를 들여 내부를 뜯어고쳐야 만 했다. 그런가 하면 페이퍼 타올 선반이 1인치 더 높다는 등의 사소한 규정 위반을 빌미로 수천 건의 비슷한 소송이 제기됐다.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 캘리포니아주 란초 코드로바에 있는 바스켓볼 타운은 한 소년의 생일파티 예약을 받으면서 2층으로 자리를 잡아줬는데, 휠체어를 탄 손님 한 명이 나타나면서 급기야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휠체어가 2층으로 올라갈 수 없으므로 ADA에 저촉된다는 이유였다. 당장 바스켓볼 타운은 파티 장소를 아래층으로 옮겨주겠노라 제안했지만, 변호사는 그걸로 충분치 않다고 했다. 이후 소송이 취하됐음에도 바스켓볼 타운은 변호사에게 10만 달러를 지급하고 사업을 접고 말았다. 이로써 어린이들은 놀 곳을 하나 잃게 됐고, 변호사만 자기 배를 불렸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복지’가 대선의 최대 화두가 된 요즘 ‘큰 정부’가 과연 우리에게 윤택한 삶을 제공할 수 있을지를 곱씹어 보게 하는 <왜 정부는 하는 일마다 실패하는가>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정부의 정책이 최선책이라고 믿어버리는 직관이 잘못된 것이고, 그 속에는 우리가 깜짝 놀랄 현실의 가르침이 숨어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저자는 “정부의 역할을 지금보다 훨씬 축소해 국방과 법질서 유지, 법원 운영 등으로 제한해야 한다”면서 “다른 모든 기능들은 개인이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 이끌어가야 하며 진정한 해결책은 국민 개인들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한다.

특히 올해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는 후보들이 말뿐인 공약을 남발하는지, 아니면 그들이 실제 국민들을 더 자유로운 경쟁사회로 이끌어갈 수 있는 정책을 내놓는지를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정치 지도자와 정부를 검증하는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서적이라 할 수 있다.

존 스토셀 지음 / 글로세움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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