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은 요즘 영토분쟁의 소용돌이 속에 발목이 붙잡혀 있다. 오키나와에서 300㎞, 타이완에서 200㎞ 떨어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는 한일 간의 독도분쟁에 이어 중국과 일본의 격한 영토분쟁으로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사태로 치닫고 있다. 이는 노다 총리의 몰지각한 역사인식이 빚은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주변국과의 민감한 영토문제와 인정하고 사과해도 용서받지 못할 과거사에 대해 거침없이 부정하는 일본 지도급 인사들의 연이은 발언은 한국에 이어 중국인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한국과의 독도문제 외교전에서 일본 내 우익세력의 지지를 얻어낸 노다 정권은 또다시 선거를 의식, 정치적 승기를 노리고 서두른 센카쿠 열도의 국유화 조치는 중국의 거센 무력시위를 촉발시켰고, 자칫 센카쿠 실효지배마저 위험에 빠뜨릴지도 모를 지경에 처했으니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센카쿠제도는 중국이 1534년에 발견하고 역사적으로나 전통적으로나 지리적 위치로나 대만이나 중국의 영향권 아래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근대 제2차 세계대전 등의 소용돌이를 틈타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일본 측 주장이긴 하지만 지난 78년 중국어선에 의한 영해 침범이 있었고, 일본은 이에 맞서 우익단체에 의해 센카쿠 섬에 등대를 세웠다. 이러한 양국의 영토갈등에 대해 당시 중국의 등소평 부총리는 “센카쿠제도의 귀속문제는 다음 세대에 해결을 맡기자”고 제언했고, 일본 또한 제의를 받아들임으로 현재까지 귀속문제는 유보돼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노다 정권은 중국인들이 가장 치욕스럽게 여기는 9.18 만주사변일을 앞두고 약속을 무시한 채 센카쿠제도에 대해 국유화조치를 감행함으로 중국인들의 분노는 극에 달한 것이다.

결국 일련의 사태는 왜(倭)의 전통적 역사적 야만성과 함께 이웃나라와의 민감한 영토문제 그리고 역사문제를 자신들의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몰지각한 행태가 나은 산물(産物)임이 분명하다.

오죽하면 ‘러브 레터’ 등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일본 영화감독 ‘이와이 슌지’의 소신 있는 발언이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을까. “침략 과거를 잊은 일본은 미쳤다”며 나아가 “편협하고 모자란 애국론은 일본에 독이 될 뿐이다”고 자국의 처세를 강하게 꼬집었다.

이 대목에서 생각해 볼 것은 그렇다고 일본의 비열한 행동에만 우리의 생각과 시선이 고정 돼 있을 수만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행보 또한 우려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미국과의 패권 다툼으로 이어지면서 아태지역 전체를 불안케 하고 있다. 또 중국은 2006년부터 우리 이어도에 대한 영토주장을 집요하게 해오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작업을 국가적 차원에서 교묘히 추진해 왔다. 그러다 한국의 저항에 못이기는 척 하면서 지방행정기관으로 그 역할이 옮겨지더니 민족의 시원인 고조선의 역사마저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비열한 공정을 지속하고 있는 나라임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각축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우경화와 민족주의로 회귀(回歸)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때 우리의 의식과 가치관은 과연 어떠해야 하겠는가를 심히 고민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대선을 3개월이 못되게 남겨둔 채 대선 주자들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 나라가 안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당선만 시켜달라는 식의 선거전이 한창이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지지율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근시안적 식견과 구태의연한 방식은 의식 있는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 ‘숲을 보고 나무를 보라’는 말과 같이 남과 북의 관계로부터 나아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정세를 면밀히 분석해 주도적으로 한반도는 물론 세계적 난제들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어디서도 볼 수 없다. 소위 국가관을 비롯한 통일관과 세계관이라는 소신 있는 중심철학이 없다. 과거로부터 길들여진 사대주의를 벗어던지고 우리 스스로 이 난제를 풀어가며 주도해 갈 수 있는 강력한 지도력과 국민의식이 요구되는 때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현재는 동북아의 위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강점은 언제나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킬 수 있는 위대한 민족이라는 점도 함께 기억하면서 이 시대를 지혜롭고 슬기롭게 극복해, 동북아는 물론 인류공영에 선구자적 역할을 감당하는 위대한 대한민국이 되도록 모두가 힘써야 할 때다.

인류 평화와 광복은 비록 분단된 이 나라지만 우리가 일궈 내는 ‘반전(反轉)의 역사’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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