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서울대 안철수 교수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대선 정국은 박근혜-문재인-안철수의 3강 구도로 펼쳐지게 됐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후보도 승패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 변수가 워낙 크고, 단일화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과 결과에 따라 대선 결과도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야권 후보 단일화가 실패하면 야권의 대선 승리도 어렵다. 복잡한 계산을 할 필요도 없다. 그게 국민의 눈높이요, 선거정치의 상식이다.

반대로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서 야권 승리가 담보되는 것도 아니다. 후보 단일화는 그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전투구와 지분 나눠 먹기, 흑색선전 등이 난무하면 단일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승산이 없다. 안철수, 문재인이 표방한 변화와 정치혁신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후보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는커녕 역풍에 휘말리고 말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후보단일화 논의가 도중에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권 입장에서 보면 최상의 그림은 후보 단일화를 하되 그 방법과 과정을 쿨하게 하는 것이다. 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공감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야권 지지세력을 단일하게 규합하고 중도층까지 견인하는 가장 막강한 팀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담판이 아니라면 경선이다
일각에서는 적절한 시점에 문재인, 안철수가 ‘담판’으로 야권의 대선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담판론의 답은 이미 나와 있다는 점에서 대안이 아니다. 안철수는 담판으로 양보할 수 있지만, 문재인은 어렵다. 예비경선과 본 경선을 통해 압도적으로 승리한 제1야당 후보가 제3후보에게 담판으로 대통령 후보를 양보한다는 것은 스스로 민주당의 종말을 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불가능할뿐더러 민주당 지지세력의 분노를 촉발시킬 뿐이다. 그러므로 담판론은 안철수 양보론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경선으로 가야 한다. 경선도 여론조사만으로는 안 된다. 아무런 감흥이 없고 스토리도 없다. 그리고 대선 후보를 여론조사만으로 결정하기엔 밋밋하고 식상하다. 그 결과도 신뢰하기 어렵다. 모바일 경선은 더 어렵다. 동원 경쟁에 나설 것이요, 일부 조직이 또 판을 흔들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선 과정을 다면화해서 담판과 경선의 두 가지 장점을 모두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먼저 문재인, 안철수 양측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 각계 전문가와 원로들로 구성된 ‘후보단일화 추진위(추진위)’를 구성하자. 추진위가 주관하되 그 방식으로 (1)여론조사 (2)국민 배심원단 (3)전문가 정책검증단의 3단계 검증을 거치게 해야 한다.

그 결과를 취합해서 추진위에 제출하면, 추진위가 양측의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검증 결과를 토대로 끝장 토론을 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끝장 토론 방식으로 가야지, 결론이 없다고 해서 표결에 들어가면 곤란하다. 힘들어도 합리적 토론과 냉철한 판단이 나올 여지가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것은 토론이며 경선이고 동시에 축제이며 경쟁이다. 서로가 담백하고 절박한 만큼의 진한 스토리도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안철수는 ‘제3지대 국민후보’로 나가는 것이 옳다. 민주통합당 입당 같은 어설픈 주장은 금물이다. 최선을 다해 제3지대를 넓히고 혁신 에너지로 충만케 해야 한다. 안철수를 통해 집결된 새로운 변화의 열망을 폭발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통합당 입장에서도 유리하다. 물론 추진위 단계에서 양측이 새로운 정당으로 합칠 수도 있다. 민주당 혁신이 전제된다면 현실적으로나 전략적으로도 양측이 합치는 것이 더 유용하다. 선거는 이겨야 한다. 쿨하게 힘을 합쳐 좋은 콘텐츠로 승리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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