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명화 기자]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교도소에 들어갔던 남자가 20여 년 동안 가짜 식물인간 행세를 하다가 발각돼 다시 수감됐다.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은 19일 의식이 없는 식물인간인 것처럼 속여 형 집행을 피해오던 김모(58) 씨를 교도소에 재수감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991년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우발적 범행으로 보이고 어린 딸 2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점 등을 참작해 2심에서 징역 2년 6월로 감형 받은 바 있다.

살인사건 이전에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던 김 씨는 수감된 지 4개월 만에 교도소에서 쓰러졌고, 병원에서 ‘의식불명’ 진단을 받았다.

사실 김 씨는 실제로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정상상태였다. 그는 형 집행 정지로 집에 돌아온 이후 가명을 쓰며 사회활동을 한 것은 물론 재혼까지 했다.

김 씨는 6개월마다 시행된 형 집행 정지 연장 검사 당일에만 사법기관에 등록해 놓은 옛 주소의 허름한 집을 찾아 인공호흡기와 소변기를 달고 환자 행세를 하며 검찰 직원을 속여왔다.

이런 김 씨의 사기 행각은 계속 이어지는 듯했으나 최근 의대 출신인 천안지청 형 집행 담당 송한섭(32) 검사에 의해 들통 났다.

이달 초 형집행정지 연장 검사를 위해 김 씨의 집을 방문한 송 검사는 근육발달 상태, 욕창 흔적, 진료 차트 등으로 미뤄 김 씨가 지극히 정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김 씨를 추궁해 식물인간 행세를 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지난 12일 김 씨를 20년 만에 천안교도소에 재수감했고, 조만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추가 기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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