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1923년 입천장에 솟아오른 종양을 제거하는 첫 수술을 받던 즈음에 프로이트는 새로운 책 <자아와 이드>를 출판했다. 지난 1900년 <꿈의 해석>에서 프로이트는 마음에 대한 첫 번째 발명품으로 ‘의식계’ ‘무의식계’ ‘전의식계’를 제시했었다. 이후 이십 년 이상의 정신분석을 통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마음에 대한 두 번째 발명품이 바로 <자아와 이드>다.

새로운 발명품은 ‘자아’ ‘이드’ 그리고 ‘초자아’라는 세 가지 심리적 구조물로 구성됐다.

‘이드’는 니체가 말했던 ‘우리의 존재 속에 본성적으로 필수불가결한 것’에서 인용한 것이다. 원래 프로이트가 ‘그거’라고 표현했던 ‘이드’는 본능적 욕동 에너지의 저장소로, 제멋대로 움직이는 사고방식으로 작동한다.

‘초자아’는 이상적 모델이나 양심의 역할을 하는 마음의 하부구조였다. 프로이트에게 인간의 양심이란 신이 부여한 것도 혹은 학교에서 가르친 것도 아니었다. 양심이란 그저 오이디푸스적 욕망이 남긴 유산이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자아는 의식과 무의식에 걸쳐 있으며 항상 여러 위협에 맞서고 있다. 바깥으로 모진 세상의 온갖 실제적 위협에 대응해야 하고, 속으로는 무턱대고 욕구를 채우려는 이드의 심리적 위협을 다스려야 하며, 또한 ‘나’에 대해서 혹독한 비판을 해대는 초자아의 위협 역시 막아내야 한다. 이런 위협들의 한가운데에서 현실 여건에 맞추어 마음속의 갈등을 타협해나가는 구조물을 프로이트는 ‘자아’라고 불렀다.

이러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들이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치료법의 원형으로서 지금까지 유용한 지식이 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정신분석의 탄생과 발전에 함께했던 세 명의 거장들과, 그들의 학술적 여정에 동참한 찰나의 만남과 인물들을 눈여겨본다. 제목에서처럼 프로이트는 당대 최고의 지휘자 구스타프 말러를 만나 네 시간여의 ‘산책 정신분석’을 행한다.

특히 새로운 만남을 가질 때마다 치열하게 고뇌하고 과감하게 변모하는 냉철한 영웅 프로이트를 만날 수 있다.

책은 ‘만남’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정신분석학의 발전 과정을 마치 영화를 보듯 흥미롭게 펼쳐내고 있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개념들을 소설처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이준석 지음 / 이담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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