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가을의 정취가 조금씩 느껴지는 이즈음에 사람들은 “가내 두루 평안하십니까?”라는 인사말로 안부를 확인한다. 오늘도 아마 많은 대한민국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키울 수 있을까 생각하며 고민하고 있을 줄 안다. 사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 자체로써 이미 정말로 훌륭하고 보람 있는 일들을 하신다고 생각한다. 자녀 학대와 방임은 아마 극히 일부 부모님에게 국한된 일일 것이다.

필자는 소아정신과 전문의로서 많은 아이와 부모님들을 진료실에서 만난다. 젊은 엄마들께서 “아이들 키우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예전에 직장 다녔을 때가 그리워요”라고 하소연하고, 어떤 엄마는 “아이에게 잘 해주려고 수십 번을 다짐했는데도 막상 말을 듣지 않고 애먹이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요. 어느 때는 제가 생각해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라고 자책하기도 한다. 필자는 엄마들을 위로해주고, 공감해주며, 다시 용기를 주느라고 바쁘다. “어머니, 그래도 아이를 제일 사랑하는 분은 어머니 아니겠습니까? 아이가 주는 즐거움을 자꾸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어머니가 절대 지치지 않게끔 스스로 재미있는 활동도 해 보시고요.” 잠시 위로받는 것 같은 눈초리로 물끄러미 바라보던 엄마가 이내 “맞아요. 다시 정신을 가다듬어야 하지요. 하지만 선생님은 직접 아이를 키워보지 않아서 잘 모르실 거예요”라고 대답한다. 어느 때는 필자가 아이를 치료하는지 혹은 엄마를 치료하는지 구분이 안 될 때가 있을 정도로 부모님을 향한 양육 방법의 교육 내지는 정서적 지지는 진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부모님들이여! 힘들면 언제든지 주변 사람들과 관련 기관, 그리고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지지를 받으라. 우리 사회의 복지 인프라를 최대한 이용하려는 마음의 준비를 해둘 것을 바란다. 그들은 여러분들을 지원해 줄 준비가 되어 있다. 사회복지사, 의사, 교사, 공무원, 상담사, 변호사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멀리 있는 존재로 여기지 말라.

예컨대 필자는 부모님들과 자녀들의 정신건강을 책임지고자 한다. 때로는 직접적인 진료를 할 수 있고, 때로는 전문적인 조언과 권유를 할 수 있으며, 때로는 교육과 지도감독의 역할도 할 수 있다. 이제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부모에게만 지워진 책임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책무이자 역할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보육 시설과 가정 위탁 및 입양 제도가 있는 것이다. 가정위탁 보호 사업은 일시적인 대리 양육을 거쳐서 궁극적으로는 친(親)가정으로의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는 양육 지원 제도다. 앞으로의 우리 사회와 나라를 이끌어나갈 주역인 어린이들을 키우는 것은 무척 소중하고 가치 있는 과제다.

이제 친부모, 위탁부모, 입양부모 등 모든 부모님에게 당부하고자 하는 말씀을 드리겠다. 먼저 부모님 자신의 정서적 안정에 힘을 쓰시라. 우선 자신들의 마음부터 다스려야 한다는 뜻이다. 늘 평온함과 평정심을 잃지 말고, 자녀의 문제 언행들에 대해서 짜증과 답답함이 아닌 안타까움과 연민의 마음으로 바라보라. 그렇다고 너무 슬퍼하거나 한숨을 내쉬지도 말라. 아이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죄책감을 유발시킨다. 부모는 아이를 키우는 것에 많은 기쁨과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때로는 좌절과 한계를 경험하기도 한다. 아이가 정상적으로 잘 자라나는 경우에도 이와 같은 부정적 경험이 불가피할진대 여러 가지 문제 행동들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의 경우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많이 경험할 수 있다. 가령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은 아이가 슬퍼하거나 분노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무척 속상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 당신의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이와 대화를 많이 나누고, 양육 관련 서적, 잡지, TV 프로그램, 인터넷 등을 통해서 정보도 얻으라. 역량 있는 부모는 때론 아이의 친구가 되고, 때론 아이의 선생님이 되며, 때론 아이의 의사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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