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선 (사)한국기업윤리경영 연구원장

경기불황이 심화되면서 기업 체감경기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내수・중소기업은 수출・대기업에 비해 더욱 그렇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체적으로 전월대비 1p 상승한 72로 나타나 여전히 침체된 경기심리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내수, 중소기업의 업황 BSI는 공히 69로 조사되어, 금년 중 처음으로 지수 60대선으로 진입하면서 넉 달째 하락세를 지속했다. 불확실한 경제상황 속에 내수침체와 경쟁이 심화되고 수출 역시 급속히 둔화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하겠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를 포함한 종합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대비 2p 낮아진 90을 기록하여 나라 전체의 경기심리가 크게 침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수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불황 내구력은 어느 정도일까. 엊그제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18개 은행들의 신용위험 세부평가 대상에 오른 중소기업은 지난해 1129개사에서 1355개사로 급증했다는 소식이다. 가용자원이 상대적으로 우월해 웬만한 불황에도 내구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대기업들까지도 이미 비상경영, 위기관리경영으로 전환한 지 꽤 오래다. 중소기업에의 불황 파고는 가일층 높고 중첩될 수밖에 없다. 중기중앙회는 지난 7월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이 2009년 8월 이후 3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70.3%를 기록했고, 애로사항으로 내수부진, 원자재 가격상승, 인건비 상승, 판매대금 회수지연을 들고 있다. 사내유보가 미흡한 실정에서 자금유입 규모는 축소된 데 반해 유출수요는 증가하여 이곳저곳에서 더 버틸 힘이 없다는 중소기업의 하소연을 거증하고 있다. 비올 때 우산을 빼앗지 말라는 말이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기관에 더욱 강조되는 이유이다.

중소기업의 중첩된 경영애로에 대응하여 주요 대기업들이 협력사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위기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는 소식은 그나마 위안이라 하겠다. 전경련중기센터에 따르면 올해 30대그룹은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전년보다 16.6% 늘린 1조 7908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2010년 이래 3년간 연평균 41.7%가 증가한 실적이다. 지원 분야별로도 국내 판매·구매, 보증대출, R&D, 생산성 향상, 인력양성의 순(順)으로 나타나 협력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함께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노력이 대기업 협력사들뿐 아니라 일반 중소기업들의 체감도와는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말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판매대금 현금결제 비중이 낮아지고,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부당·불합리한 거래 관행이 시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반성장을 외치고 있지만 나아진 것은 별로 없다고 일부 언론은 폄하한다. 불공정 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규집행이 필요하나, 잘하고 있는 것은 칭찬할 만한 것이다. 우리경제의 높아진 글로벌 위상과 더불어 대기업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이유이기도 하다.

어려울 때일수록 대기업들은 그동안의 노력이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아쉬움에 앞서 실체적 협력의 진정성과 지속성을 굳건히 해야 한다. 협력의 따뜻한 온기가 1차에서 2, 3차 중소기업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더욱 발휘해야 한다는 얘기다. 동반성장의 핵심동력은 혁신역량을 강화하여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건전하고 치열한 노력이 시장기회의 불균형과 거래 불공정성으로 말미암아 크게 저상되고 있음은 시급히 시정되어야 한다. 경제민주화의 방법논쟁이 높아진 이즈음, 윤리경영의 실천과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등을 통해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국민적 신뢰회복과 사회화합을 위해 솔선하겠다는 지난달 말 경제 5단체장의 자발적 실천다짐에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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