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양심’이란 두 글자가 없다면 어떠할까. 그 양심을 양심으로만 가지고 있지 아니하고 선언으로 표출하는 살아 있고 용기 있는 양심가들이 있어 그래도 절망스럽지는 않다.

“독도는 한국 땅이 분명하다.” “일본은 위안부 모욕을 사죄하라.” 이 구호는 한국인의 외침이 아닌 일본 양심세력의 외침이다. 그래서일까, 왠지 그 외침은 한국인에게 신선한 감동과 함께 커다란 울림을 주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일본천왕 사죄 발언으로 양국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가는 가운데, 끝없이 퍼져가는 일본의 우경화에 일본의 양심은 일침을 가하고 있다. 이 양심으로 인해 일본 정부 내지 일본의 우익세력이 일본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양심의 소리, 자성의 목소리는 일본 내 지식인들 사이에서 시작해 이제는 평범한 일반 시민들까지 가세하며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언론보도를 통해 일단 드러난 일본의 양심만 봐도 그 분위기를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의 한 시민단체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간사이 네트워크’는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로 연행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망언에 대해 사과할 것을 공개 요구했다. 한편 KBS 도쿄지국에도 효고현에 사는 일본인이 ‘독도는 한국 땅’이며, ‘일본인은 정부에 속고 있다’는 엽서를 보내오는 등 일본 정부의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오사카 공립학교 교사출신이면서 일본고지도 연구가이기도 한 구보이 노리오(70) 씨는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이 허구임을 증명하는 일본 고지도 여러 장을 공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구보이 씨가 공개한 일본 문부성 1901년도판 ‘수정 소학 일본지도’와 1880년 11월 발간한 ‘대 일본국 전도’는 일본 영토를 상세히 표시하면서도 독도와 울릉도를 지도에 그려놓지 않거나 자국 영토에서 배제해 독도가 ‘조선 땅’임을 분명히 했다.

또 자신을 ‘일본을 사랑하는 평범한 일본인’이라고 밝힌 세이노 다쿠야(77) 씨는 “일본이 다케시마(죽도, 일본 호칭)의 영유권을 주장하지 말고 한국과 영원한 신뢰와 우호관계를 구축하는 게 일본 국익에 맞다”는 서한을 센다이 한국 총영사관에 보내 왔다. 세이노 씨는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서한을 일본 언론에 보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한국 언론에 전해 달라”고 보내 온 배경을 설명했다. 이 편지에는 “한국을 식민지로 병합하는 과정에서 다케시마를 편입한 것이나 한국전쟁 와중에 한국이 회의에 참석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체결한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근거로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의에 어긋난다”고 일본 정부를 지적했다.

1995년 8월 15일 일본 패전 50주년을 기해 당시 무라야마 도미이치 일본 총리도, 2010년 8월 10일 한일강제병합 100주년을 기해 간 나오토 일본 총리도 “‘한일병합조약’이 한국인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음을 인정한다”고 이미 공개사과 했다. 그러나 작금의 일본 정부는 과거 군국주의의 향수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오히려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역사 교과서 검정기준을 바꿔왔고,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해 왔으며, 심지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증거 없다’며 과거사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으니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미워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는 이웃 한국이 밉더라도 자국 국민들의 양심의 호소와 정의로운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이들 양심세력이야말로 일본을 사랑하는 애국자들이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진정 일본의 미래를 내다보는 애국의 길인가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이제 일본은 과거의 일본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일본이 살기 위해 꼭 필요한 나라가 있다면 바로 이웃 한국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경제·군사·문화·외교, 기타 잠재력까지, 나아가 국토가 가지고 있는 환경과 입지조건 어느 것 하나 한국과 손잡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음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역사에 눈감는 나라 미래가 없다”고 우리 정부는 이미 발표를 통해 충고했다.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뿐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 역시 한국이 배재된 우호관계는 요원하다는 사실을 측량해 볼 수 있어야 한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롬니도 2년 전 출판한 저서를 통해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 성 착취를 저질렀다고 주장했으며, 그 내용의 정도가 믿겨지지 않을 만큼 끔찍했다고 기술돼 있다.

심지어 자라나는 일본 내 의식 있는 학생들은 2차 대전 당시 한민족이 이천만일 때 이십만의 한국 여성이 일본군의 성 노예로 끌려갔다는 역사적 진실을 알고, 고사리 같은 손을 내밀며 일본을 대신해서 눈물로 사죄와 용서를 비는 모습에서 그래도 아직은 희망을 놓기는 이르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작금의 일본의 우경화 전략이 오히려 일본 내 양심의 목소리를 세력화하고 조직화 하는 데 있어 좋은 기회로 삼게 하는 자충수가 되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100여 년 전 안중근 의사가 주창한 ‘동양평화론’, 한·중·일 동양 3국의 평화는 바로 오늘날 양심 있는 전후(戰後)세대에 의해 반드시 성취되리라 믿으며, 나아가 세계평화와 광복의 주춧돌이 될 것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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